제270화 이간질
영용부인은 복도 앞에 놓인 의자에 반쯤 기대어 누운 채 얇은 겉옷을 걸치고 있었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 아름답고 젊다고 할 순 없었지만 방금 씻어내린 긴 머리가 어깨 위로 흘러내리며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자 온몸에서 청초한 기운이 느껴졌다.
사내들은 생기 넘치고 젊은 몸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랜 정에 마음이 움직이기도 한다. 옷은 새것이 좋지만 사람은 오래된 것이 좋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밝고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하지만 그녀는 재빨리 눈물을 닦아내고는 고집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한 그림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오늘 밤,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첫 번째는 수옥이 그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도 이로울 것이다. 수옥을 그 자리까지 끌어올린 건 자신이었으니 수옥이라면 어떻게든 하 정승 앞에서 그녀를 위해 좋은 말을 해줄 테니까.
두 번째 가능성은 하 정승이 수옥의 속임수를 간파하고 추궁하는 것이다. 수옥은 함부로 거짓말을 지어낼 용기가 없어 사실대로 말할 것이니 그는 화합향을 들고 화를 내며 채로 찾아올 것이다.
아실에는 이란 꽃이 피어있지만 방 안에는 적절한 향으로 조절된 만도라 꽃잎을 태웠다. 지난번 아실에서 그 일이 발생한 이후 그녀는 향료 연구를 시작했다.
그녀는 향료 때문에 무너졌지만 결국 이 향료를 이용해 다시 일어설 것이다.
진영용은 원래 자신의 딸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하혜원이 그곳에 들어갔든 안 들어갔든, 딸은 자신을 돌봐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10여 년 동안 부귀영화를 누렸던 그녀는 무시당하는 날들을 견뎌낼 수 없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그간 은전을 좀 모아두었다. 이 은전이 있으면 정승 댁의 하인을 매수할 수 있었다.
아실은 곧 헐리고, 앞쪽 뜰에도 그녀가 머물 자리는 없었다. 이 방이 헐리면 그녀는 이사 가야 했다. 정승 댁을 떠나면 그녀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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