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화 신뢰가 무너졌다
유요현주는 입을 틀어막은 채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피투성이가 된 노정애와 세 명의 병사들이 있었다.
한순간에 네 명이 모두의 눈앞에서 물린 것이다. 아무도 막을 수 없었고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한순간에 네 명이 물렸다. 그것도 모두의 눈앞에서.
그 참혹한 광경은 누구에게 있어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노정애는 겁에 질려 하마터면 정신을 잃었다.
계속 울고 또 울었다.
목덜미가 물려 피를 줄줄 흘렸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히려 몸을 질질 끌며 다시 아들의 곁으로 가려 했다.
하지연은 몸을 일으켜 유요현주를 향해 소리쳤다.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소독약 준비해요. 상처부터 씻어야 합니다!”
유요현주는 충격에 멍해진 얼굴로 하지연을 바라보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게... 소용이 있나요?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아무 소용 없다는 걸.”
그 한마디에 병사 셋이 동시에 주저앉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내려다보며 절망에 잠겼다.
하지연의 눈빛이 번쩍였다.
“아씨, 지금 당장 사람 데리고 소독약 준비하세요. 모두 살릴 수 있습니다!”
그때, 젊은 자원 의원 한 명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울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다 헛수고예요. 여기 와서 며칠째, 우리는 날마다 누군가가 죽는 걸 보고 있어요. 너무 괴로워요...”
그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이자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슬픔이었다.
이곳에 들어온 의원들은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백성을 구하겠다는 자비심으로 모인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그들의 마음은 지나치게 여렸다.
그 자원 의원이 울음을 터뜨리자 다른 의원들도 모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주저앉았다.
유요현주 역시 울음을 터뜨렸다.
“하 의원님... 미안해요. 제가 들여보내지 말았어야 했어요. 처음에는 그저 멀리서 보기만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아들을 보자 울면서 손 한 번만 잡게 해달라고... 이혁수는 그때까지도 의식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두 번 이름을 부르자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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