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화 내시가 된 하 정승
서문소연의 사람이 문을 지키고 있었고 하 정승의 사람은 마당 밖에서 대령했다. 대문이 닫히자 안채의 소리 또한 밖으로 새어 나갈 수 없었다.
그 두 사람은 평소에도 하 정승을 따라 여기에 와본 적이 있었는데 보통 한 시진이 넘어서야 돌아가곤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마당 밖 노점에 앉아 반 시진쯤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때 찢어질 듯한 비명이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그 비명은 너무도 처절하고 기괴하여 마치 돼지 멱 따는 소리처럼 들렸다.
서문소연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피 묻은 비수가 들려 있었고 얼굴에는 차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여봐라, 정승 나리께서 부주의로 넘어지다가 칼에 찔리고 말았다. 어서 의원을 불러라.”
시녀가 고개를 내밀어 안을 엿보니 하 정승이 바닥에서 뒹굴며 두 손으로 아랫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나와 구불구불 흘러내렸다.
시녀가 급히 몸을 숙이며 대답했다.
“예, 곧 가겠습니다.”
서문소연은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 손수건으로 비수를 닦으며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끊임없이 뒹굴며 신음하는 하 정승을 보며 그녀가 물었다.
“많이 아프십니까?”
하 정승은 힘겹게 손을 뻗어 서문소연의 목을 움켜쥐려 했다. 고통으로 인해 기력이 조금 회복되었으나 여전히 그녀에게 닿지는 못했다. 그는 눈에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고 이를 악물며 또박또박 말했다.
“서문소연, 본 정승이 맹세하건대 너의 서문 가문이 대가 끊기게 할 것이다.”
서문소연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서문 가문의 대가 끊길지는 모르겠으나 하종수의 대는 반드시 끊기게 될 것입니다. 하지연이 정승 나리의 유일한 딸이지요. 하지만 나리는 하지연을 살릴 수 없습니다. 하지연이 죽으면 정승 나리의 핏줄은 끊어지는 것이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독한 것이 여인의 마음이라더니, 네 어찌 그리 잔인하냐!”
하 정승이 이를 갈며 외쳤다.
서문소연은 싸늘하게 답했다.
“정승 나리께서 저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저는 나리께서 십여 년 동안 마음대로 짓밟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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