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화 자객
하지연과 송은탁은 여전히 광인섬에 머물러 있었으므로 조정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길이 없었다.
하지연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강시병이라 불리는 괴질은 과연 이 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병의 근원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예전에 독고용재가 사람을 보내 수색을 시켰으나 그들은 사람만 찾아 헤맸을 뿐 섬의 짐승은 살피지 않았다. 그래서 병독의 출처를 알지 못한 것이다.
혜민서에서 데려간 유씨 가문의 도령은 쇠책으로 둘러친 집 한 칸에 홀로 갇혀 있었다.
하지연이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짐승의 사체가 널려 있었다.
쥐, 이리, 들토끼, 그리고 박쥐까지...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날 밤, 섬으로 가던 길에 송은탁이 들쥐한 마리를 잡아 구워 먹으려 했다. 들쥐의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몸은 미친 듯 꿈틀거렸다.입을 벌리고 달려들 듯 사람을 물려 하고 몸에서는 썩은 냄새가 흘러나왔다.
하지연은 송은탁에게 잘 묶으라고 했다. 그녀는 들쥐의 몸을 살펴보았다. 이빨 자국이 있었고, 상처는 이미 검게 곪아 있었다.
이 역시 강시병에 걸린 짐승이었다. 병의 근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날 이후 이틀 동안, 두 사람은 병을 옮기는 짐승들을 뒤쫓았다.
박쥐가 들개를 물고, 들개가 또 다른 짐승을 물어뜯으며 병이 퍼지는 것을 알아냈다.
광인섬은 이미 병독이 순환하는 고리와 같았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박쥐도 죽고, 다른 짐승들도 죽었는데, 들개만은 죽지 않았다.
산등성이마다 사체가 널려 있었으나 들개의 시신은 하나도 없었다.
둘은 들개의 자취를 따라갔다.
들개는 다른 짐승을 물어뜯은 뒤 반드시 풀 한 포기를 씹었다. 그 풀은 온통 푸르렀고 손바닥만 한 잎이 한 길 넘게 자랐으며 줄기를 자르면 피처럼 붉은 즙이 흘렀다.
약초에 밝은 하지연이었지만 이 풀은 처음 보는 종류였다.
그녀는 시험삼아 들쥐에게 그 풀을 먹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들쥐는 몸을 떨더니 고꾸라졌다.
하지연은 풀을 살피다가 깨달았다.
그 풀에는 독이 있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