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화 취중
그녀의 정세 감각은 유달리 예리하였다.
조정 밖에 몸을 두고 있던 탓에, 궁 안의 권세 싸움보다 훨씬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본디라면 더는 조정 일에 손대고 싶지 않았다.
허나 강시병이 번진 뒤, 하지연이 경성 안에서 백성들의 신망을 얻자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는 반드시 두 사람의 혼사를 이루어야 했다.
하지연의 명망이 독고용재를 도우면 조정이 안정될 것이고, 조정이 바로 서야 외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황권 다툼은 안의 문제였다. 그러나 더 두려운 것은 사방의 나라들, 특히 막 화친을 맺은 북원국이었다.
기왕이 과연 북원 황제의 남하를 막아낼 수 있을까.
두려우나마, 이번 전란은 피할 수 없을 듯하였다.
그녀는 귀 대비를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용씨의 몸으로는 감히 사람을 죽일 수 없었다. 하물며 황실의 혈육이라면 더더욱 그러하였다.
“섭정왕 마마께서 뜻을 굽히지 않으면 어찌하시겠사옵니까?”
아설이 조심스레 물었다.
용자림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몸소 가서 전하거라. 순순히 혼인을 받아들인다면, 하지연은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 하여라.”
“참으로 일마다 순탄치 않사옵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귀 대비가 눈치채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만약 마마께서 맞이하실 분이 하지연임을 아신다면, 혼사는 틀림없이 파탄 날 것이옵니다. 태황태후마마께서 친히 어명을 내리시어 혼례를 주관하신다면, 상중이라 시비 거는 이들도 입을 다물 것이옵니다.”
아설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 나갔다.
독고용재는 궁궐을 나서며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는 지금껏 혼인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혼인하라 하니, 마음속 그 여인은 이미 세상에 없었다.
이제 알지도 못하는 여인을 맞으라니, 속이 뒤틀릴 뿐이었다.
그때 송현욱이 한 항아리 술을 들고 들어왔다.
“마마, 술 한잔 어떠하십니까?”
독고용재가 술항아리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마시지 않겠다.”
그 여인이 싫어하던 술이었다.
“성 밖 노진포의 상등주입니다.”
“가져가라.”
송현욱이 웃음을 지었다.
“좋은 술을 마다하시다니,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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