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하종수의 충격
황후는 몸을 돌려 전각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너는 병풍 뒤에 숨어 있거라. 내가 네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시켜 주마. 진영용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황후가 자리에 앉아 막 차를 한 모금 마시려는 찰나, 양 상궁이 영용 부인을 데리고 들어왔다.
오는 내내 꿇어 엎드린 탓에 이마가 몹시 부어올라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고 제대로 서 있기도 힘겨워 보였다.
황후는 영용 부인을 흘끗 쳐다보고는 양 상궁을 불러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삭였고 양 상궁은 곧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하종수는 민비를 데리고 왔다. 민비는 내키지 않았으나 하종수가 건넨 한 마디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따라나섰다.
하지만 정녕궁에 도착하자 양 상궁이 문 앞에서 지키고 서서 말했다.
“민비 마마, 정승 나리, 두 분께서는 잠시 서쪽 별채로 가시어 차를 드시며 기다리십시오. 마마께서 부인과 나누실 말씀이 있으십니다.”
민비는 잠시 멈칫했다. 정녕궁은 그녀가 자주 드나들던 곳이기에 서쪽 별채에서 주렴 너머로 정청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황후는 대체 무슨 속셈인 걸까?’
그녀는 하종수와 눈을 마주치고 양 상궁을 따라 서쪽 별채로 향했다.
서쪽 별채와 정청 사이에는 주렴이 쳐져 있었으나 주렴 뒤편에는 검은색 비단 휘장이 드리워져 있어 정청에서는 서쪽 별채 안을 볼 수 없었다.
양 상궁이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한 후 나가자 민비는 서둘러 휘장을 걷어 올리고 주렴 너머를 엿보았다.
정청 안의 모든 광경이 눈에 들어왔고 대화 소리 또한 빠짐없이 귀에 들려왔다.
황후는 몸소 영용 부인을 일으켜 세우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부인, 내가 외람되게 부인을 이리 청한 것은 부인에게 청탁 드릴 일이 있어서이다.”
영용 부인은 황후의 속내를 짐작할 수 없어 불안했지만 감히 거역할 수도 없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황후마마, 부디 편히 분부하십시오.”
황후는 손짓하여 화폭을 가져오게 하더니 천천히 영용 부인의 눈앞에 펼쳐 보였다.
영용 부인은 잠시 넋을 잃은 듯 멍하니 바라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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