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화 엎질러진 물
하종수는 아무 말 없이 여전히 냉랭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영용 부인은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가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눈물을 닦고 일어나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제가 무슨 말을 한들 소용없겠지요. 그렇다면 제가 이 집을 떠나겠습니다.”
몇 걸음 채 걷기도 전에 하혜원이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서북쪽 구석에 앉아 있는 하종수를 보지 못하고 영용 부인의 소매를 잡아끌며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저 태자랑 일이 잘 풀렸어요!”
영용 부인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되물었다.
“뭐라? 성사된 거냐?”
갑자기 마음속에 벅찬 기쁨이 밀려들었다.
정말 잘된 일이었다. 하혜원과 태자가 이미 엎지른 물이 됐으니 그녀는 태자의 장모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정승댁을 떠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예. 어머니!”
하혜원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영용 부인의 얼굴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 분노에 휩싸여 물었다.
“어머니, 어찌 된 일입니까? 누가 어머니를 때렸어요?”
이때 곁에서 하종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원아, 너와 태자가 정말 이루어진 것이냐?”
하혜원은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제야 구석진 곳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버지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는 다가가 애교스럽게 말했다.
“아버지, 정말이에요. 태자 전하께서도 황후 마마께 저희 혼사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민비 마마께서 황후 마마께 저를 좋게 말씀해주시면 저는 태자비가 될 겁니다.”
하혜원의 얼굴에는 홍조가 가시지 않았고 눈 속에는 아양거리는 빛이 감돌았으며 입술은 살짝 올라가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곧, 그녀는 태자비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다.
“잘됐구나. 이 며칠 태자 전하가 오시면 네가 잘 모시도록 하거라.”
하종수의 얼굴에는 기이한 미소가 스쳤다.
‘좋아, 독고용재. 이제 나도 너에게 맞설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하혜원이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요. 내일 아침 일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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