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알고 보니 내가 헛간에 갇힌 후 안성대군은 청심이 나를 몰래 찾아올까 염려하여 그녀의 다리를 다치게 하고 방에 가두었다.
청심은 그들이 던져준 얼마 안 되는 금창약을 품에 안고 어둠을 틈타 몰래 빠져나갔다.
청심은 다리 상처가 심각했지만 약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굳이 다친 다리를 질질 끌며 나에게 약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헛간에 갇혀 있던 사흘 동안 그녀는 음식을 먹지 못하고 물을 마시며 목숨을 부지했다.
상처가 곪아 터지자 간신히 몸을 일으켜 간단히 처치했지만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이불을 걷어 올렸다.
썩은 냄새가 풍겨왔다.
그녀의 상처 부위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고 주변은 새까 많게 변했다.
그제야 나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는 내 몸에 상처를 입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울며 청심에게 사과했다.
“미안하구나. 청심아, 나 때문에 네가 이 지경이 되었구나.”
그러나 청심은 고개를 저었다.
“아씨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때 마님님께서 구해주시지 않으셨더라면 청심은 벌써 시체가 되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아씨께서 저를 친동생처럼 대해 주시니 이는 청심이 감히 바라지도 못할 복이지요. 청심은 너무 행복했고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나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청심아, 너를 보내줄게. 오늘 밤 당장 떠나거라.”
나는 비수를 달궈 그녀의 상처 부위의 썩은 살을 도려냈다. 그리고 약주를 구해와 그녀의 상처를 깨끗하게 처리했다.
안성대군이 이전에 준 귀한 약을 청심에게 조금 먹이고 나머지 인삼과 영지는 그녀가 가져갈 수 있도록 보따리에 싸 주었다.
그 후 저택 안의 몇몇 하인들을 회유하여 청심을 저택 밖으로 보냈다.
성문을 나서는 마차 안에서 청심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씨, 저랑 같이 갑시다.”
“청심아, 나는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네가 먼저 떠나거라. 약속해줘, 넌 꼭 살아남아야 한다.”
“네가 만드는 만두가 제일 맛있다. 언젠가 네 만두 점포가 온 천하에 이름을 떨치면 나도 그 맛을 쫓아 너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청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굳게 약속했다.
“아씨, 약속할게요. 저는 반드시 만두 점포에서 아씨를 기다리겠습니다.”
안성대군은 이튿날이 되어서야 청심이 떠났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나를 대청으로 불러들였고 그곳엔 민지유와 민자희도 있었다.
민지유가 먼저 호통쳤다.
“영락궁의 규칙이 장난 같으냐? 감히 사사로이 하인을 내보내다니!”
안성대군은 손을 들어 민지유를 제지했다.
“됐소. 결국 하인일 뿐이잖소.”
그는 내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흔들리는 듯했다.
“화연아, 지난 며칠 동안 네가 잘못을 뉘우쳤으리라 믿는다. 다행히 자희와 문보는 목숨엔 지장이 없으니 며칠 뒤 나를 따라 영의정 댁에 가서 사과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너의 몸을 좋게 하는 약이니 걱정하지 말고 마시거라. 그러면 넌 여전히 본 대군의 착한 딸이다. 앞으로 네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면 이 일은 넘어가는 거로 한다.”
한 하인이 약 그릇을 들고 내 앞에 섰다.
나는 그 약을 조용히 바라보았고 한참 만에야 안성대군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안성대군마마, 제가 이 약을 마시기를 바라십니까?”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시선을 피했다.
“그래. 마셔야 한다.”
나는 가볍게 웃었다.
“그럼 바라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나는 약 그릇을 들어 한 번에 들이켰다.
잠시 후 나는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하마터면 넘어져 버릴 뻔했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힘겹게 탁자를 붙잡고 섰다.
“안성 대군마마, 저를 죽이고 싶으면 직접 말씀하시면 될 것을 어찌 이리 더러운 수단을 쓰십니까? 게다가 저에게 아버지가 진심으로 저를 사랑한다고 오해하게 하시다니.”
안성대군은 당황했다.
민지유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내 착각인지도 모르나 내가 피를 토할 때 민자희는 잠시 당황하는 기색이 어렸다.
나는 다시 한번 피를 토해냈고 가슴에는 피가 묻었다. 내가 특별히 입었던 흰 치마는 마치 붉은 꽃이 활짝 핀 것처럼 내 피로 붉게 물들었다.
안성대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의원을 부르라고 소리쳤다.
“어서 의원을 부르거라! 어서 의원을 불러오너라.”
“화연아, 나는 너를 죽이려 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를 믿어다오. 조금만 버티거라. 꼭 버티어야 한다.”
나는 처량하게 웃으며 그를 밀쳐내고 비틀거리며 문밖으로 나아갔더라.
길을 걸을 때마다 피가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나는 문 앞에 멈춰 선 채소를 나르는 마차에 뛰어오른 후 비녀로 말의 엉덩이를 찔렀다. 말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쫓아가라! 옹주를 반드시 찾아 데려오너라!”
성내의 길을 훤히 꿰뚫고 있었던 나는 성문을 나가기 가장 빠른 길과, 가장 가까운 절벽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내 뒤를 따르던 추격병들은 금세 멀어져 갔다.
절벽에 가까워지자 나는 마차의 고삐를 당겨 속도를 늦췄다.
나는 마차에서 내려 절벽에 섰다. 몸을 잘 가누지 못해 바람만 불어도 떨어질 듯했다.
“옹주마마, 제발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말아 주세요.”
집사가 달려와 급하게 말하며 말에서 내렸다.
나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집사, 안성대군께 전해라. 나는 이제 그분의 딸이 아니라고.”
그리고 하늘을 향해 외쳤다.
“어머니, 딸이 어머니를 찾아왔어요!”
그 후 나는 망설임 없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며 안개 속에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집사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대군마마, 옹주마마께서 절벽에서 투신했습니다!”
나는 차가운 강물에 빠져들었다. 뼈를 에는 듯한 한기에 나는 조금 정신이 들었고 고통도 덜어주었다.
나는 비수를 꺼내 손목을 그었다.
검은 피가 흘러나왔고 점점 더 짙어지더니 결국 길쭉한 무언가를 빠져나왔다.
그것은 바로 귀생문에서 떠날 때 내가 삼켰던 독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