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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나는 헛간에 사흘 동안 갇혀 있었고 그사이 누군가 몰래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지만 청심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 사람은 높은 곳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 물건을 던져 넣고는 아무 말도 없이 떠났다. 나는 번마다 독이 없는지 확인하고 가져다주는 음식들을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그래야 살아남아 민자희와 고문보에게 복수할 수 있었으니까. 민자희와 고문보가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안성대군은 사람을 보내 나를 헛간에서 풀어주었다. 나가기 전 작은 창문으로 종이 뭉치가 던져져 들어왔다. 그 위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매원에서 만나자.] 매원은 민자희의 거처였다. ‘이 저택에서 청심 외에 나를 도울 사람이 있다고? 그럴 리가.’ 나는 나를 감시하던 시위들을 따돌리고 몰래 매원으로 향했다. 대군과 민지유가 그곳에 계셨다. 민자희는 민지유의 품에 안겨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버지, 너무 무섭습니다. 언니가 언젠가 정말 저를 죽이지 않을까요? 언니가 저를 싫어하면 제가 그만 떠날게요.” 안성대군은 눈썹을 찌푸리며 의자에 앉아 말했다. “그럴 리 없다. 네 언니는 분수를 안다.” 민지유는 의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화연이는 대체 어디에서 무공을 배운 걸까요? 지난 몇 년 동안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화연이 몸에서 풍기는 살기는 전혀 옹주답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자희가 마마의 곁에서 지냈습니다. 화연이는 혹시 부녀의 정을 쌓을 기회를 자연에게 빼앗겼다고 자희를 원망하는 게 아닐까요? 자희가 이번에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화연이가 다음에 또 어떤 과감한 행동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오?” “제가 얼마 전에 서황에서 온 한 무당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무당에게는 환골탈태하는 약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 화연이가 가진 살기를 그 약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어의도 화연의 몸이 좋지 않다고 하니 이 약을 시험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어쩌면 화연이의 병도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어머니, 이 약이 언니의 몸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요?” “걱정하지 마라. 무당은 이 약이 몸을 다스리는 효능만 있을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민자희는 마음이 동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안성대군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앞으로 언니와 잘 지낼게요. 꼭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안성대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믿을 수 없어 입을 떡 벌렸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이미 그에게 마음이 식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가볍게 민지유의 제안을 받아들이니 가슴이 아팠다. 그도 젊었을 때는 무공을 익히고 전장에 섰던 사람이다. 이른바 환골탈태한다는 것은 나의 무공을 없애고 폐인으로 만드는 것임을 모를 리 없었다. 단지 민자희가 두렵다고 한 말 때문에 그는 나의 감정을 무시한 채 내 몸에 박힌 가시를 모두 뽑아내려 하다니. 나는 아버지에게 따뜻한 사랑을 바랐던 나 자신이 한심했다. 나를 만나자고 한 그 사람은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목적이 이 상황을 알리려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 집을 떠날 계획을 서둘러야겠네.’ 매원을 떠나 나는 지름길을 따라 내 거처로 돌아갔지만 이상하게도 청심이 보이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내가 헛간에서 풀려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마당에서 나를 맞이했어야 했지만 오늘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의아한 마음에 그녀의 방으로 찾아가 문을 열자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청심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청심아, 어떻게 된 거야?” 그녀의 이마를 만져보니 놀랄 만큼 뜨거웠다. 청심이 간신히 두 눈을 떴다. 내 모습을 알아본 그녀의 흐릿하던 두 눈이 순간 반짝이며 밝아졌다. “아씨, 돌아오셨군요?” 그녀는 허둥지둥 손을 내저으며 내가 정말 돌아왔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래, 청심아, 내가 돌아왔다.” 그녀는 그제야 안심됐다는 듯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눈물은 내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정말 다행이네요. 아씨께서 아무 일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나는 목이 메었다. “청심 어쩌다 이렇게 되었느냐?” “아씨, 저는 괜찮습니다.” 나는 짐짓 화를 내듯 말했다. “말해보거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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