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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민자희의 뜰 안에는 판소리와 노랫가락이 끊이질 않으며 한껏 흥겨운 분위기였다. 내가 비수를 들고 살기 등등한 모습으로 문 앞에 나타나자 두 하인이 막대기를 들고 나를 가로막았다. 나는 비수를 휘둘러 그들의 방어를 물리쳤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비켜라.” 저택 안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고 안의 사람들은 모두 떼를 지어 뛰쳐나왔다. 고문보가 민자희의 앞을 가로막았다. “화연 낭자, 지금 뭐 하는 것이오?” 나는 민자희를 쏘아보며 말했다. “성서의 극장 일은 네가 벌인 것이냐?” 그녀는 어리둥절한 척했다. “언니, 제가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그렇게까지 칼을 들이대시는 거죠?” 나는 피에 젖은 옥패를 그녀에게 던졌다. “네가 인정하든 말든 오늘은 극장의 16명 목숨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고문보가 다시 민자희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화연 낭자, 제정신이 아닌가 보오. 고작 몇 명 천민의 목숨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그러시오? 자희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이오?”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도련님도 가담했어요?” “내가 화연 낭자를 조사하려고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면 몰래 이런 성품이 더러운 백성과 왕래할 줄 몰랐소. 어쩐지 낭자가 무례해졌다고 했거늘. 분명 천민들과 함께 있으며 물이 든 것이오. 천민 몇 명이 죽었으면 죽은 거지, 낭자의 성품을 더럽히는 걸 막은 셈이니 잘된 일이오.” 그의 말투는 마치 개미 몇 마리 죽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내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네놈도 함께 죽어라.” 고문보는 내 발길질에 바닥에 넘어졌고 민자희는 오른팔과 왼쪽 어깨에 상처를 입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 내가 다시 손을 뻗으려 하자 고문보가 민자희의 몸 위에 몸을 던지며 그녀를 지켜주었다. 내 칼은 고문보의 등에 박혔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흥, 보기와 달리 민자희를 진정으로 좋아하나 보네. 저승길도 함께 하려고? 하지만 네 뜻대로 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축 늘어진 고문보를 옆으로 밀어내고 민자희 옆에 쭈그려 앉았다. 민자희가 나에게 물었다. “언니, 정말 저를 죽이려는 거예요?” 그녀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창백해졌지만 나는 그의 눈빛에서 오히려 은은한 흥분된 눈빛을 읽어냈다. ‘영락궁에서 자란 이년도 결국엔 미친놈이로군.’ “혹시 뉘우치는 마음이 있다면 저세상에서 극장 사람들에게 직접 하거라.” 나는 그녀의 가슴을 향해 칼을 겨누었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등 뒤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이 화살은 내 팔을 스치고 기둥에 박혔다. 내 손에 든 비수는 조금 빗나가 민자희의 몸에 흠집만 냈다. 곧이어 안성대군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화연, 지금 뭐 하는 것이냐!” 안성대군을 보자 민자희는 즉시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 언니가 저를 죽이려고 합니다.” 나는 달려가 그녀를 다시 찌르려 했으나 두 사람이 좌우에서 나를 붙잡았다. 안성대군은 내 얼굴을 후려쳤다. “이화연, 평소에 함부로 행동하는 것도 그렇지만 어찌 동생에게 칼을 휘두를 수 있느냐?” “아버지, 자희는 너무 아픕니다...” 민자희는 울음을 터뜨리며 기절해 버렸다. “어서! 어서 의원을 불러오너라!” 안성대군은 민자희를 껴안고 이를 갈며 말했다. “자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본 대군은 너에게 천 배 만 배로 갚아주겠다. “이화연을 헛간에 가둬라. 음식과 물도 주지 말며 면회도 금한다. 잘 반성하게 놔둬라.” 나는 민자희와 고문보의 뒷모습을 원망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언젠가 반드시 그들을 죽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헛간은 춥고 어두웠다. 전에 생긴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오늘 무리를 하여 무공을 사용했더니 온몸이 아파 났다. 마치 수천 마리의 벌레가 내 살을 뜯어 먹는 것처럼 괴로웠다. 나는 팔을 꽉 깨물며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땀에 옷이 흠뻑 젖었고 의식이 점점 흐릿해졌다. “아씨, 아씨.” 청심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가까스로 눈을 떠 보니 칠흑 같은 어둠만 펼쳐졌다. 나는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아씨.” 청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고 희미한 노크 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정신을 차렸다. “청심아, 괜찮으냐?” 밖에서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청심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려왔다. “아씨, 저는 괜찮습니다. 아씨는 좀 어떠세요? 다치신 데는 없으시죠?” 나는 문에 기대앉아 목소리를 최대한 평온하게 한 다음 입을 열었다. “나는 괜찮다. 청심아, 어서 돌아가거라. 꼭 몸을 잘 돌봐야 한다. 그리고 민자희와 고문보는 어떻게 되었느냐?”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상처가 심하다고 합니다. 궁에서 어의를 불렀고 영의정께서도 오셔서 대군마마에게 책임을 따지고 계신다고 합니다.”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쉽네. 그 누구도 죽지 않았다니.” “아씨, 극장 일은 혹시 그 두 사람과 관련이 있나요?” “청심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돌아가거라. 내가 풀려나지 않으면 찾아오지 마라. 반드시 네 자신을 지켜야 한다.” 청심은 문틈으로 약을 밀어 넣었다. “아씨, 팔에 화살이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건 상처를 치료하는 약입니다. 꼭 약을발라야 합니다.” 나는 목소리가 굳어졌다.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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