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7화

나는 며칠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예전에는 청심 혼자서 나의 시중을 들었지만 이번에 기절한 후 안성대군은 청심 외에도 십여 명의 시녀를 더 보내주었다. 나는 청심에게 그들을 모두 돌려보내라고 명령했다. 청심 혼자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청심아, 이제 상처가 다 나으면 영락궁을 떠날 생각이다. 너도 나와 함께 가겠느냐?” “떠나시다니요? 아씨, 어디로 가시렵니까?” “영락궁을 떠날 수만 있다면 어디든 괜찮다.” 나는 이곳이 집이라 생각했었지만 인제 와서야 이곳이 귀생문과 다름없는 지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넓은 천하에 이화연이 머무를 곳이 하나 없을 리가. “아씨, 저도 아가씨와 함께 가겠습니다. 아씨께서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몸을 추스르는 동안 안성대군은 자주 찾아왔지만 나는 그가 올 때마다 잠든 척했다. 깨어 있다 하여도 그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안성대군이 참지 못했다. “화연아, 언제까지 어린애처럼 굴 생각이냐? 자희처럼 본 대군에게 고개를 숙이면 안 되느냐? 만약 자희가 본 대군에게 사정하지 않았더라면 네가 이 몇 번의 매질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느냐? 너는 자희를 죽일 뻔했다.” 나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담담히 대답했다. “그렇다면 민자희에게 가보시지요. 저는 그년이 부리는 그런 수단은 모릅니다.” 민자희의 험담을 듣자 그는 곧 얼굴을 굳혔다. “이화연, 그 꼴로 어떻게 옹주라 불릴 수 있겠느냐?” “저는 옹주가 되고 싶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안성대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단지 그의 딸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너! 참으로 실망이구나!” 안성대군은 크게 화를 내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더니 험한 말을 내뱉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 청심은 조심스레 내 안색을 살피더니 가볍게 위로했다. “아씨,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나는 그녀의 말을 끊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청심아, 오늘 밤 호림이네를 찾아가 은자를 많이 건네주거라. 다음에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으니.” 그날 밤 청심은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허둥지둥 달려왔다. “아씨, 큰일이 났습니다! 극장에 불이 났어요!” 나는 아직 다 낫지 않은 몸을 이끌고 청심과 함께 극장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관군과 주변의 백성들이 불을 끄고 있었다. 나는 겉옷을 벗어 물에 적시고 안으로 뛰어들려 했다. 청심이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렸다. “아씨, 위험합니다!” 나는 불게 충혈된 두 눈으로 청심을 바라보았다. “혹시 살아있는 이가 있을지 누가 알겠느냐?” 그들은 내가 자객으로 살아오며 처음으로 구해주었던 사람들이다. 만일이라는 가능성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안으로 뛰어들었을 때 모든 이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 아래로는 붉은 피가 흥건했다. 호림의 몸에는 칼자국이 가득했다. 그를 품에 안자 그의 피가 내 옷을 붉게 물들였다. 그의 몸은 아직 따뜻했지만 두 눈은 감지 않은 채 무언가를 꽉 쥐고 놓지 않았다. 나는 감정을 억누르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호림아, 누나가 왔다. 내게 무얼 말하고 싶으냐?” 그는 마치 내 말을 알아들은 듯 손에 힘을 풀었다. 나는 그의 손가락을 펴고 피 묻은 옥패를 꺼냈다. 나는 그 옥패를 알아보았다. 그것은 안성대군이 서황에서 얻은 최상급 양지옥으로 정교하게 만든 것이다. 원래는 내 생일에 선물로 주려 했으나 그날 민자희가 돌아오는 바람에 안성대군은 가엾이 여겨 옥패를 그녀에게 주었다. 민자희는 나를 만날 때마다 그 옥패를 차고 와서 자랑하곤 했으니 내가 어찌 그 옥패를 못 알아보겠는가. 나는 옥패를 꼭 움켜쥐었고 손가락 마디는 하얗게 질렸다. 피가 거꾸로 솟아올랐고 이마의 핏줄이 마구 뛰었다. “아씨, 집이 무너집니다. 어서 나오세요!” 청심도 안으로 뛰어들었으나 불길에 막혀 마당에 갇혔다. 그녀는 목이 터져라 나를 불렀다. 나는 호림의 눈을 감기고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아씨, 괜찮으십니까? 어떻게 피가... 호림은요?” 청심이 나를 부축하자 나는 그녀에게 기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비린내를 억눌렀다. “청심아, 영락궁으로 돌아가자. 내 비수를 가져오너라.”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