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그만하거라!”
아버지는 호통을 쳤다. 그는 벼루를 던져 내 손에 든 비수를 떨어뜨린 후 노기 띤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무릎 꿇어라!”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어찌하여 제가 무릎을 꿇어야 합니까?”
“이화연, 네 동생을 다치게 하고도 뉘우치지 않으니 본 대군이 오늘 너를 벌하겠다!”
나는 차갑게 비웃었다.
“제 어머니께서는 저 하나만 낳았습니다. 저는 동생이 없고 잘못한 것도 없습니다.”
곁에 있던 집사는 미리 곤봉을 준비했다. 아버지는 그 곤봉을 들고 나를 때리려 했으나 나는 손을 뻗어 받아냈다.
“왜 저를 때리려 합니까? 저는 이 벌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내가 너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본 대군이 네가 틀렸다 하면 너는 틀린 것이다. 오늘 너만 때리는 것이 아니라 네 시녀까지 칠 것이다. 주인이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옆에서 타이르지 않았으니 앞으로 너의 시중을 들 필요가 없다.”
오늘 이대로 버티다가는 청심까지 연루될 것을 알았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았다.
아버지의 곤봉이 빗발치듯 내 몸에 쏟아졌으나 나는 꿋꿋이 서 있으며 굴하지 않았다.
10대쯤 되었을까? 혹은 20대가 지나갔을까? 몸의 고통은 점차 무디어져 갔다.
아버지는 마침내 손을 멈추었다.
나는 눈앞이 흐릿해졌다. 겨우 입을 열려 했으나 입술을 깨물었는지 입안에는 피가 흥건했다.
말을 할 때마다 입가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오늘부터 저는 아버지가 없습니다.”
청심은 옆으로 끌려가 뺨을 맞다 보니 양쪽 얼굴이 금세 부어올랐다.
내가 쓰러지는 것을 보자 그녀는 몸부림치며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내게 기어왔다.
“아씨.”
그는 울부짖으며 마침내 나를 품에 안았다.
청심은 울며 말했다.
“아씨, 부디 아무 일 없어야 합니다. 마님께서 아시면 얼마나 슬퍼하시겠습니까?”
어머니를 언급하자 분노에 휩싸였던 안성대군은 이성을 되찾았다.
그는 당황해하며 집사에게 의원을 부르라고 명했다.
의원은 눈썹을 찌푸리며 한참 동안 맥을 짚었다.
“대군마마, 아씨의 상처는 그리 심각하지는 않습니다만 내상은 어찌할 방도가 없습니다. 우선은 약으로 다스리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내상이라고? 어찌 내상이 있다는 말이냐?”
안성대군은 성큼성큼 다가와 내게 내상이 생긴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내가 그의 곁에 오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그가 어찌 알 수 있으랴.
귀생문에 들어간 날부터 우리의 목숨은 우리 자신에게 속하지 않았다.
이곳에는 두 가지 결말뿐이었다. 훈련 중에 죽임을 당하거나, 아니면 살아남아 자객이 되어 임무를 수행하다 죽는 것이다.
나는 동기 중에서 가장 먼저 이급 자객으로 승급했고 모든 임무를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아마도 그렇기에 문주는 나에게 특별한 기회를 줬다.
그는 내가 조직을 떠나는 것을 허락했지만 단전을 봉하고 진기의 흐름을 억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내가 귀생문에서 배운 무공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보다 훨씬 약한 몸을 갖게 됨을 의미했다.
그때 아버지의 확고한 선택으로 나는 망설임 없이 그 독충을 삼켰다.
그 고통은 골수를 씻어내리고 뼈를 바꾸는 아픔에 버금갈 만큼 혹독했으나 정상인이 되어 아버지 곁에 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영락궁으로 돌아온 후에도 독충은 몇 차례나 더 발작했으나 내 몸 안의 진기가 완전히 꿈쩍도 하지 않음을 발견한 후 잠잠해졌다.
그 후로 나는 몸이 이전보다 훨씬 약해졌음을 알게 되었다. 무거운 것을 들 수 없었고 어깨에는 힘이 없었으며 조금만 방심해도 병에 걸리곤 했다.
다행히 영락궁의 호사로운 생활이 이 연약한 몸을 잘 보양해주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그들은 나의 몸이 이렇게 허약해졌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의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씨의 몸은 마치 벌레가 갉아먹은 나무처럼 겉보기에는 아주 정상적이나 사실 속은 이미 매우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이번처럼 심한 외상까지 더해졌으니 잘 조리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안성 대군은 의원을 돌팔이라고 욕하며 쫓아버렸다. 그리고는 밤새 궁으로 가서 어의를 모셔왔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어찌 내상이 있다는 말이냐?”
그는 중얼거리며 나의 침대 곁에 앉았다.
“화연아, 염려 말거라. 설령 천산설련이나 천년 된 인삼이 필요하다 할지라도 아버지가 네 몸을 잘 조리해서 꼭 낫게 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