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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민자희는 다시 울고불고하며 아버지께 고자질했다. 이번에는 고문보도 함께 있었다. 민자희가 영락궁으로 돌아온 뒤로 고문보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내 뒤를 따라다니며 ‘화연 낭자’라고 부르던 고문보는 이제는 시선이 온통 그의 자희 동생한테만 쏠렸다. 민자희의 상처 난 얼굴을 보자 그는 가슴이 아팠는지 마치 칼을 머금은 것처럼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민자희는 스스로 얼굴을 베고는 아버지께 달려가 내가 그랬다고 고발했다. 그녀 곁의 시녀들도 내가 꽃을 다듬던 가위로 그녀 얼굴을 그었다고 증언했다. 고문보는 실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화연 낭자, 어찌 그리 제멋대로 굴 수 있단 말이오? 자희는 살갗이 여려서 화연 낭자와 다른데 어찌 얼굴에 상처 냈소? 만일 나중에 흉터라도 남으면 어찌할 것이오?” 저는 눈가에 있는 흉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다면 저는요? 도련님, 제 얼굴은 중요하지 않습니까?” 영락궁으로 돌아온 지 1년이 넘던 어느 날, 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찾았다. 나와 고문보는 어려서부터 늘 붙어 다니며 함께 공부하고 놀았다. 그가 나보다 몇 살 더 많았기에 나는 늘 그의 뒤를 따라 ‘문보 오라버니’라 불렀다. 다섯 살이 되던 해, 고문보가 과일을 먹고 싶다 하여 나는 나무에 올라 열매를 따주려다 뜻밖에 떨어지고 말았다. 눈가에 돌이 부딪혀 흉터가 남았다. 나는 엉엉 울며 더는 예쁘지 않다고 떼를 썼다. 그러자 그는 나를 안고 가슴 아파하며 달래주었고 자신도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나중에 그는 아버지 앞에서 커서 나를 아내로 맞이하여 천림성에서 가장 빛나는 여인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영의정은 본래 혼인을 맺어줄 뜻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혼사가 정해졌다. 하지만 몇 달 뒤 한 장터에서 내가 길을 잃게 되며 십여 년 동안 밖에서 떠돌아다닐 줄은 아무도 몰랐다. 내가 흉터 얘기를 꺼내자 고문보는 마음에 죄책감을 느낀 듯 입술을 달싹였으나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영락궁으로 돌아온 후 아버지께서는 나와 고문보의 혼사에 관해 얘기하신 적이 있었다. 한때는 그와 부부가 된다면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내가 한심했고, 나에게 뺨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뿐이다. 고문보가 진정으로 마음에 둔 여인은 나약한 민자희이고, 나에게는 그저 죄책감만 느낄 뿐이다. 비록 그와 정략결혼을 잡은 것은 나였고 그의 입으로 결혼을 약속한 것도 역시 나였지만, 지금 그가 사랑하게 된 여인은 내가 아니었다. 하여 나는 그 둘 사이에 끼어든 나쁜 여인이 되어버렸다. 나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민자희의 얼굴은 제가 다치게 한 것이 아닙니다. 도련님께서 눈이 멀지 않았다면 민자희 얼굴에 난 것이 칼자국임을 알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민자희의 시녀는 제가 가위를 썼다고 말했습니다.” 민자희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문보 오라버니, 보세요. 분명 언니가 제 얼굴을 그었는데 이젠 발뺌하고 있습니다. 이 상처가 낫지 않으면 저는 살지 않겠습니다.” 내가 거짓말임을 까밝히자 그녀는 울고불고 난리 쳤다. “좋아, 네 뜻이 그러하다면 내가 도와주마.” 나는 그녀 앞으로 다가가 몸에 지니고 있던 비수를 빼 그녀의 목을 겨누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그녀의 피부를 베었고 핏방울이 점차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섬뜩이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음산한 말투로 말했다. “좋은 말로 할 때 듣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손을 써야겠다. 나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던 말을 잊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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