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안성대군은 민자희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시 이성을 되찾은 듯하더니 이내 정신이 맑아졌다.
“자희야, 너도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느냐?”
민자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곁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아버지는 실로 잘못하셨습니다. 한쪽만 챙겼으니 이리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이화연을 굳이 이 대군저택으로 데려온 것이 잘못입니다. 그 여인이 과거에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아십니까?”
“언니에게 가정을 지어준 듯했으나 헛된 희망만을 안겨주었습니다. 사랑을 갈망하는 언니의 마음을 짓밟았으니, 아버지께서 어찌 죄가 없겠습니까? 겨우 스무 살도 되지 않았습니다. 어찌 아버지의 후궁 다툼의 희생양이 되어야 한단 말입니까?”
민자희는 격앙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그녀는 손으로 탁자를 꽉 잡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민자희는 대체 무슨 수작을 꾸미는 거지?’
나와 다투었던 사람도 그녀이고, 인제 와서 나를 위해 울분을 토하는 사람도 그녀라니. 과거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기괴한 분위기가 뇌리를 스쳐 지나가며 하나의 추측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민자희는 탁자를 발로 차 넘어뜨리고 방을 나섰다. 그녀가 떠난 후 나 또한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어느덧 호림 등이 머물렀던 극장으로 옮겨 와 있었다. 큰 화재 이후, 이곳은 손길 하나 닿지 않은 채 폐허로 남아 있었다.
당시 나는 대군저택에 갇혀 벗어날 힘이 없었기에 호림 등의 시신이 제대로 수습되었는지, 어디에 묻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오랫동안 문 앞에서 망설이다가 나는 문득 깨달았다. 호림 등은 불에 타 죽은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살해당했다는 것을. 그렇게 많은 사람의 목숨이 사라졌는데도 관아에서 자세히 조사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허나, 나는 극장에서 열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당시 화재 진압 과정이 허술했거나, 누군가가 이 사건을 은폐했을 수도 있다.
나는 다시 고문보의 얼굴을 떠올렸다. 집으로 돌아가려던 나는 발걸음을 돌려 영의정 댁으로 향했다.
대군저택와는 정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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