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화

강인혁이 직접 그녀를 찾아오지 않은 것은 그녀의 자신감을 꺾지 않기 위해서였다. 순간 유지민은 심장이 떨리는 것만 같았다. 감동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회의가 끝난 후 유지민은 사무실로 돌아와 바로 강인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금방 연결되었고 강인혁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민아?” 유지민은 눈빛을 살짝 반짝이며 잠시 생각한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인혁 씨, 이번 일 정말 고마워요.” “지민아, 혹시 케이프 그룹 프로젝트 말하는 거야? 아직 감사할 필요 없어. 난 그냥 연결만 도와준 거야.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는 너의 능력에 달렸어.” 강인혁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고 오히려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건 그녀의 실력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유지민은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고마워요. 꼭 이 협상을 성사시킬 테니 그때 되면 제대로 인사할게요.” “지민이는 나에게 어떻게 감사해 주려고?” 유지민은 강인혁의 말투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점심이나 저녁 식사는 어때요?” 강인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잖아?” 이 말이 나오자마자 유지민은 순식간에 이해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저녁에 얘기해요.” “알았어.” 강인혁은 즐겁게 웃었다. 전화를 끊은 후 유지민은 마음속에 드리웠던 안개가 걷힌 것처럼 기분이 한결 개운해졌다. 그녀는 서둘러 케이프 그룹의 사건과 모순점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유지민은 업무를 잘 요해한 후 오후에 바로 케이프 그룹의 담당자, 성민우를 만나러 갔다. 성민우는 강인혁의 체면을 봐서 약속에 응했지만 유지민이 나타나자 그녀를 자세히 훑어보았다. ‘빌리 그룹 지사의 대표가 이렇게 젊었다고? 막 대학을 졸업한 것처럼 보여.’ 예쁘게 생긴 여자와 협력 건에 관해 얘기할 때 흔히 제일 먼저 보는 것은 외모였다. 케이프 그룹의 담당자 성민우는 강인혁이 이 여자를 위해 그들과 협력한 게 아닌지 의심이 갔지만 이번 사건의 영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