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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백서린은 백씨 가문의 장녀이자 한주혁의 첫사랑이었다. 두 사람은 집안도, 배경도, 조건도 흠잡을 데 없이 잘 어울렸다. 재능과 외모를 모두 갖춘 남자와 여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들은 ‘완벽한 커플’이라 불렀다. 두 사람은 3년 전 결혼을 앞두었다. 그러나 혼전 검진 과정에서 백서린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씨 가문 같은 최상위 재벌가에게 자식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날 이후 한씨 가문은 두 사람의 결혼을 단호히 반대했다. 하지만 한주혁은 물러서지 않았다. 백서린을 사랑했기에 어떤 반대가 있더라도 반드시 결혼하겠다고 버텼다. 그러자 한씨 가문은 다른 방식으로 압박에 나섰다. 며칠 뒤 백씨 가문의 사업은 전방위로 압박받기 시작했고 주요 계약들은 하나둘 끊겼으며 자금줄도 서서히 막혀갔다. 결국 백씨 가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그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백서린은 울면서 한주혁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이별 후, 한주혁은 맞선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많은 여자들 가운데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다 마주하게 된 사람이 재벌가에서 악명 높은 ‘추녀’ 임가현이었다. ... 임가현은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주혁이 자신과 결혼을 선택한 이유는 그녀가 특별해서도, 그녀의 내면을 알아봐서도 아니었다. 그의 눈에 임가현은 모든 맞선 상대들 가운데 가장 초라하고 가장 내세울 것이 없으며 가장 한씨 가문의 체면을 깎아내릴 수 있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가문이 가장 싫어할 선택, ‘추녀’를 택했다. 그 선택은 가문에 대한 반항이었고 말 대신 행동으로 치른 침묵의 시위였다. 임가현은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웃다 보니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통은 거대한 그물처럼 그녀를 감싸안고 서서히 조여 왔다.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박지숙은 너무 예쁘면 남자에게 속는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못생기게 꾸미며 살아왔다. 그런데도 결국 속고 말았다. 더 철저하게, 더 우스꽝스럽게, 더 비참하게... 이 3년 동안 그녀가 믿어왔던 행복은 치밀하게 설계된 한 편의 연극에 불과했다. 그녀는 한주혁이 가문에 맞서기 위해 꺼내 든 도구였고 백서린을 향한 그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임가현은 여태껏 빛을 만났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빛은 애초에 다른 곳을 비추기 위해 세워진 거울의 반사광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방 안에 앉아 한참을 울다가 황미경의 번호를 눌렀다. “어머님, 저 주혁 씨와 이혼하겠습니다.” “뭐라고?!” 황미경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높아졌다. “못생긴 게 감히 먼저 이혼 얘길 꺼내? 너 지금 주혁이랑 결혼하고 싶어서 안달 난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임가현은 감정을 섞지 않은 채 담담히 답했다.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어머님과 상관없습니다. 이혼은 반드시 할 겁니다. 한씨 가문이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절차로 가겠습니다. 그땐 체면을 구길 사람이 저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휴대폰 너머에서 황미경이 분노에 차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 거친 호흡 속에는 감추기 힘든 안도와 조급함이 함께 섞여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황미경은 진작부터 이 ‘못생긴 며느리’를 눈엣가시처럼 여겨 왔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임가현을 내쫓고 더 예쁘고 더 적합한 명문가 규수를 들이고 싶어 했다. 황미경의 눈에 백서린은 부족했고 임가현은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는 입을 열었다. “좋아, 이혼 문제는 내가 처리해 줄게. 며칠만 기다려.” 임가현은 더 말을 잇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퇴원 수속을 밟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한주혁이 지난 3년 동안 사준 것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목걸이, 팔찌, 반지, 가방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마치 지난 3년간의 어리석음까지 함께 버리는 듯했다. ... 며칠 후 한주혁이 집에 돌아왔다. 등의 화상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 움직임에는 약간의 더딤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정장은 흐트러짐 하나 없이 말끔했고 곧은 자세와 단정한 태도, 준수한 얼굴까지... 겉모습만 보면 예전 그대로였다. 그는 평소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서 뭐 해? 도우미 아줌마가 그러던데 너 며칠 동안 거의 안 먹었다며.” 임가현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예전 같았으면 이 얼굴만 봐도 심장이 빨라지고 얼굴이 달아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낯설고 차갑기만 했다. 한주혁은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아니, 애초에 그녀의 눈빛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있었던가. “내가 옆에 없어서 기분 안 좋았어?” 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네 생일이잖아. 제일 좋은 호텔에 파티를 준비해 뒀어. 아직 시간 있으니까 먼저 드레스 고르러 가자.” 예전 같았으면 그가 생일을 기억해 주고 성대한 파티를 준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임가현은 어쩔 줄 몰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에 남아 있는 건 메마른 냉소뿐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네.” 한주혁은 차를 몰아 고급 드레스 숍으로 향했다. 막 가게에 들어섰을 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너 먼저 보고 있어. 난 전화 좀 받고 올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옆으로 비켜섰다. 임가현은 별다른 생각 없이 혼자 2층으로 올라가 드레스를 살폈다.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샴페인 골드 컬러의 심플한 롱드레스였다. “이걸로 할게요. 포장해 주세요.” 그녀가 직원에게 말을 건 순간 등 뒤에서 우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드레스, 제가 살게요.” 누군지 확인하려 몸을 돌린 임가현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감각에 휩싸였다.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백서린이였다. 사진 속에서 한주혁의 곁에 기대어 환하게 웃고 있던 그 얼굴이 지금, 눈앞에 실존하는 사람으로 서 있다. 아이보리색 정장에 긴 머리와 흠잡을 데 없는 메이크업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모습이었다. 백서린은 태생적인 우월감이 깃든 눈빛으로 임가현의 손에 들린 샴페인 색 드레스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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