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1장 진씨 가문에 변화가 생겼다
진희원은 아직 큰오빠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넷째 오빠가 말한 적이 있다. 서로 얼굴을 보려고 했던 날, 큰형은 급히 오려고 했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해외 쪽 협력업체가 생각지도 못하게 큰형이 있어야만 프로젝트를 계약할 수 있다고 했다.
진희원도 알아봤다. 월스트리트에서 그녀의 큰형은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머리가 아주 총명하다.
사람들은 진희원이라는 교포가 머리가 좋다고 말했다.
큰 오빠는 또한 회사를 가장 잘 관리하는 CEO로 인정받고 있다.
진희원은 꿈이 전생이 맞다면 그렇게 유능한 오빠가 왜 할아버지를 도와 회사를 구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큰오빠는 해외에 있으면서 그룹의 계열사 경영을 맡고 있다.
진희원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오진철이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손에는 캐리어 두 개가 들려있었다.
‘2개?’
진명호는 힐끗 고개를 들더니 의혹이 가득한 얼굴을 했다.
문을 밀자 바람이 따라 들어왔다.
진희원은 그제야 큰오빠 진기풍을 보았다.
잘 짜인 정장 차림에 짧은 머리는 자연스럽게 내려와 있었다. 손에는 서류 가방을 든 비즈니스계의 엘리트가 따로 없었다.
고귀하고 씩씩해 보였다. 둘째 오빠보다 큰 오빠가 더 복잡한 미적 감각을 줬다.
눈매는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이라야 비로소 이 기세가 있을 것이다.
“여동생.”
진기풍은 진희원을 보더니 씩 웃었다.
진희원은 그제야 그의 입가에 옅은 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점이 얼굴에 부드러움을 더했다.
“오빠, 돌아왔어요.”
진기풍이 다가가서 진희원을 살짝 껴안았다. 옷에서는 가랑비 냄새가 났다.
여기까지 모든 것이 좋았다.
한 사람이 더 들어오기 전까지는...
분위기 있게 차려입고 청바지에 롱코트를 입은 여자가 온몸에 예술적 감각을 풍기며 들어왔다.
“기풍 씨, 이 사람이 기풍 씨가 말했던 동생이야? 너무 예쁘네. 야생 장미 같아.”
여자는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진희원은 확실히 짙은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다. 특히 눈을 들어 올릴 때 눈가의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여자는 그녀를 좋아하는 듯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기풍 씨, 내일 쇼핑에 여동생 데리고 가도...”
“희원이는 가지 않을 거야.”
진상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팡이를 짚고 걸어오고 있었다. 예의를 차리면서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하루 종일 수업이 있어서 학교에 가야 해.”
학교?
진명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진희원이 바로 말했다.
“네, 요즘 수업이 바빠서 미안해요.”
여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괜찮아요. 어르신, 오랜만이에요. 이건 선물이에요.”
그녀는 선물 상자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진상철은 거절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신유정 씨, 오래전부터 국내에 없었던 것 같은데...”
여자는 진기풍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나간 지 여러 해예요. 그런데 공항에서 기풍 씨를 만날 줄은 몰랐어요. 여권을 잃어버려서 하마터면 돌아오지 못 할 뻔했어요. 기풍 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옆에 서 있던 진기풍의 눈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었다.
진희원은 이름을 이렇게 다정하게 부르는 것이 듣기가 좀 거북했다.
아마 어렸을 때 바보 여주인공의 로맨틱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일 것이다.
순간 그 생각이 떠올랐지만 신유정은 멍청하지 않다. 오히려 분위기 파악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사연이 있나 보다.
오빠도 아무 여자나 집에 데려오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구면이라도 절대 함부로 집에 초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주 가까이 서 있었다.
진희원은 심리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형이 신유정 씨를 만날 줄은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