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2장 첫사랑이 찾아왔다
진명호는 진희원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낮은 소리로 말했다.
“형의 첫사랑이야. 신유정 씨. 정말 뜨겁게 사랑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허락을 안 하셔서 헤어진 거야.”
“네, 그런 것 같았어요.”
진희원도 똑같이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진명호의 잘생긴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것도 눈치챌 수 있다고?”
확실히 눈치챘다. 심리학적으로 서 있는 위치는 아주 중요하다. 거기에다가 조금 전의 대화를 더하면 어렵지 않게 맞힐 수 있다.
다만 진희원은 할아버지의 태도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을 뿐이다.
옆에 있던 진기풍이 속삭이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말했다.
“여섯째야, 동생에게 무슨 귓속말을 하는 거야.”
“아니에요. 꽃이 다시 피는 계절은 오지만 사람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말을 하고 있었어요.”
한 손으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진명호의 모습은 쿨하고 도도해 제법 스타다웠다.
신유정이 말했다.
“명호야, 말하는 게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네.”
진명호는 자기 이름이 불리자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최대한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진희원은 신유정이 확실히 그녀의 오빠들과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국에서 너의 포스터를 보고 깜짝 놀랐어. 팬들이 너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
신유정은 눈을 반짝였다.
“옛날 동생이 이렇게 대스타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렇지, 기풍 씨.”
진기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웃음을 머금고 손목시계를 뗐다.
아무리 반기지 않아도 손님인지라 진상철도 손님을 계속 서 있게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큰 손자가 데려온 사람이다.
하지만 냄비가 하나 부족하다. 오순호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신유정은 털털하게 웃었다.
“괜찮아요, 아저씨. 저는 기풍 씨와 같은 냄비 쓰면 돼요. 마침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괜찮아요.”
예술가는 확실히 남들과 다른 것 같다.
신유정은 한마디 할 때마다 외국에서 온 느낌이 물씬 났다. 매 한 마디에 영어 단어가 끼워져 있었다.
물론 오순호의 학력도 낮지 않다. 어쨌든 진씨 가문의 오랜 집사이기에 몸가짐이 흠잡을 데가 없다.
신유정의 말에 오순호는 아예 외국어로 대답했다. 괜히 진상철이 그녀의 말을 듣고 짜증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유정은 오순호의 유창한 외국어를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개를 돌려 진기풍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저씨가 외국어를 이렇게 잘하는지 몰랐네. 발음이 너무 좋아.”
진기풍은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는 듯했다.
신유정은 얼굴을 시뻘게졌다.
“제가 괜히 쓸데없는 말을 했네요.”
배가 고픈 진희원은 분위기를 별로 살피지 않았다.
진상철은 굳이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신유정에게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기에 억지로 모여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저쪽 일곱째가 밥 먹는 것을 지켜보는 게 더 재미있었다. 통통한 볼살 안에 고개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먹는 모습을 보니 일곱째가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다.
진상철은 오순호에게 고기 한 접시를 더 내오라고 지시했다.
오순호는 진희원을 바라보면서 부엌을 향해 손짓했다.
“일곱째 아가씨 혼자 다 먹은 거라고요?”
“회사 관리가 너무 힘들었나 봐요. 이번 둘째 도련님 일 때문에 일곱째 아가씨가 하루 종일 바빴다고 들었어요.”
“어쩐지 그렇게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더라니, 일곱째 아가씨 몸조리 좀 도와야겠군요. 고기를 상에 올려놓을 때 일곱째 아가씨 접시에 많이 담아줘요.”
“네, 꼭 많이 넣을게요. 조금 전, 일곱째 아가씨께서 샤브샤브가 아주 맛있다고 칭찬했어요.”
이 집에서, 진희원은 의심할 여지 없이 편애를 받고 있다.
그녀는 매번 올 때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저택의 배치를 이곳저곳 둘러봤다. 진씨 가문의 집안 어르신 모두 진희원을 아꼈다. 집안일, 의료 보험, 그리고 각종 연고를 가져다주며 매우 친절하게 대했다.
다들 일곱째가 돌아올 때마다 행복하고 편하게 지내기를 바랐다.
아무래도 매일 일하는 것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룹에는 아직 말을 듣지 않는 주주가 많으니 많다. 그러니 많이 먹어 힘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