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3장 진희원이 할아버지의 편을 들다
신유정은 진씨 집안 사람들이 진희원을 아낀다는 것을 눈치챘다.
진기풍은 예전에 항상 신유정만 바라봤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여동생 바보가 되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도 모른다.
대학교 때, 두 사람이 헤어진 후 만나지 못했다.
진기풍이 줄곧 여자친구를 찾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돌아올 생각을 했다.
샤브샤브에 김이 모락모락 난다.
눈치가 있는 신유정은 가족끼리 할 얘기가 많다는 걸 알고는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진명호는 진희원에게 계속 고기를 집어주며 당부했다.
“여동생아, 큰오빠가 만나는 사람이 있고 나서는 할아버지의 말을 잘 듣지 않을 거야. 사랑에 빠져서 눈에 뵈는 게 없어. 하지만 조심해야 해. 윤성훈은 악마야, 그렇게 얼굴만 보고 결혼해서는 안 돼.”
“여섯째야, 너의 입에서도 말 같은 말이 나오기는 하는구나.”
진승기가 안경을 올리며 변호사 티를 냈다.
“여동생아, 너도 잘 생각해봐. 집에 들어오자마자 시집갈 필요가 없다.”
진근우는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
“내가 유명한 영화배우들을 많이 알고 있어. 한 번 여동생을 대신해 한 번 고민해볼게. 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줄게.”
진희원은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정중히 말했다.
“아니에요. 둘째 오빠, 만나 본 적도 있는데요. 솔직히 말해서 윤성훈과 같이 멋진 사람은 없어요. 윤성훈은 제 것이에요. 아직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
형제 몇 명이 눈을 마주쳤다.
‘여동생이 과연 얼굴만 보는구나!’
기가 센 사람도 좋아하는 것 같다.
이를 지켜보던 진기풍도 아우라에서 풍기던 냉기가 사라졌다.
신유정은 진기풍을 두 번 불렀다. 하지만 돌아보지 않자 빙그레 웃었다.
샤브샤브인 저녁 식사는 거의 10시가 되어야 끝이 났다.
한옥으로 돌아가려던 진희원은 우연히 할아버지의 얼굴에 적막함이 감도는 것을 발견했다.
“아저씨, 오늘은 집에서 잘 테니 아무 방이나 하나 치워주세요.”
오순호는 기쁨에 겨운 듯 말했다.
“아무 방이라니요. 아가씨, 어르신이 우리보고 아가씨 방을 잘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바로 위층에 있어요.”
진상철은 손녀딸이 가지 않자 싱글벙글 웃으며 턱수염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사실 조금 전, 진희원이 한옥으로 돌아가면 같이 갈 생각이었다.
큰손자가 예전처럼 자신을 화나게 하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제일 꺼리는 일이 발생하였다.
식사 후 차를 마시던 중 신유정이 진상철을 찾았다.
진희원과 진명호만 남아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양치하러 갔다.
“어르신, 약속을 어겨서 죄송합니다.”
신유정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은행카드 한 장을 책상 위에 올려놓더니 철이 든 어린아이처럼 말했다.
“기풍 씨를 잊을 수 없어요. 이것은 그때 저에게 준 것이에요. 돌려드릴게요. 내가 기풍 씨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렇게 노력한 이유가 조금이라도 기풍 씨에게 어울리기 위해서예요. 그때 어르신은 제가 출신이 비천하다고 싫어하셨죠. 집안 형편이 그런 것을 못마땅해하셨고요. 물론 겉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어요. 제가 기풍 씨와 차이가 너무 많이 나고 사업에도 도움이 안 되기에 늙을 때까지 같이 있기 어렵다고 생각하신 것을요... 그때는 너무 어렸어요. 모든 것이 막막했고요. 그래서 기풍 씨와 예술 사이에서 예술을 선택했어요. 하지만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역시 기풍 씨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진희원은 사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감정 변화를 눈치채고 얼른 입을 열었다.
“신유정 씨, 지금 한 말을 직접 큰오빠에게 하셔도 돼요.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는 한 번도 출신이 비천하다고 싫어한 적이 없어요. 아직 진씨 가문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