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4장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신유정은 진희원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얼른 설명했다.
“희원 씨, 죄송해요. 제가 단어를 잘못 사용했어요. 별 악의는 없어요. 다만 기풍 씨에게 진심이라는 것을 어르신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신유정은 말을 하면서 진상철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아주 진지한 태도로 말이다.
신유정은 김혜주보다 속을 더 알기 어렵다.
매우 진지해 보여서 흠을 잡을 수 없다.
조금 전까지 답답해 보였던 진상철도 다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해의 일은 겉으로 말할 수 없지만 상대방의 행동은 왠지 위화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손자에게 직접 말해봤자 손자는 듣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진상철의 잘못이라면 그때 신유정에게 큰돈을 준 것이다.
사실은 상대방의 근성을 테스트해 보려고 했다.
지금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당시 여섯째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
이 일은 지금 진상철의 잘못으로 되었다.
진상철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진명호를 바라보았다.
진명호는 찔리는 것이 있는 듯 잘생긴 아이돌 같은 얼굴을 약간 옆으로 돌렸다.
그도 신유정이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 할아버지가 그에게 물었었다. 여자가 남자에 대한 마음을 접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다.
생애 첫 로맨틱 드라마를 맡게 된 진명호는 바로 돈을 주라고 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번거로워질 줄은 몰랐다.
돈을 받았다가 다시 돌려주며 형을 달라고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너무 염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진명호는 책상 모서리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할아버지가 좀 이따 화가 나 지팡이로 자신을 때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디 가? 앉아.”
진상철이 남은 컨트롤하기 어렵지만 자기 손자는 그래도 관리할 수 있었다.
진명호는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
“형 찾으러 갈게요! 두 사람이 얘기해요. 그렇죠? 유정 누나.”
“기풍 씨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요.”
신유정은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린 채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그때 내가 떠났을 때, 아마 충격이 컸을 거예요. 그저 내가 돈 때문에 떠났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어르신에게도 나쁠 것이 없으니까. 나머지 일들은 제가 천천히 보상할게요. 어르신이 허락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남은 시간 동안, 저 자신을 증명할게요.”
이 말은 참으로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진상철은 아직도 가슴이 답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일곱째가 있고 줄곧 그의 편을 들고 있다.
여섯째 이 바보 같은 아이도 돕고 있기에 진상철은 굳이 성격을 전부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
진상철은 용머리 지팡이를 짚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손주들도 다 컸으니 각자 생각이 있을 거야. 너희들의 일은 너희들이 알아서 하면 돼. 앞으로 굳이 나에게 말하지 않아도 돼.”
“여섯째야, 신유정 씨의 카드를 받아.”
진상철은 신유정을 바라봤다.
“옛날 일은 나도 신유정 씨도 같은 생각인 것 같으니 없던 일로 합시다.”
신유정은 진상철이 이렇게 흔쾌히 승낙할 줄 몰랐다.
심지어 카드까지 받은 걸 보면 진기풍과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지내도 상관없는 듯했다.
신유정은 잠시 멈칫한 후 이내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마치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진 것처럼 매우 기뻐했다.
이때 오순호가 걸어들어왔다.
“어르신, 늦었습니다. 이만 쉬시겠습니까?”
일반적으로 이 말은 주인이 잠잘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유정은 다소 어색한 모습이었다. 캐리어가 아직 거실에 그대로 놓여있다.
“아저씨, 저...”
“신유정 씨에게 게스트 룸 하나 준비해 줘.”
진상철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신 진희원을 보며 말했다.
“희원아, 나에게 얘기해봐. 여섯째에게 무엇을 만들어 주고 싶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