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1장 그는 오순호와 아는 사이다
망령이 인간 세상의 음식을 제대로 먹으려면 정상적인 생명의 사람이 ‘자, 먹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년은 아직 자기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아주 예의가 발랐다. 진희원의 말에 그제야 고개를 숙이고 먹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먹긴 했지만 게걸스럽지 않았다. 볶음밥을 반으로 나눈 후 몇 입 만에 전부 먹었다. 그리고 사과를 바라보았다.
진희원은 남자아이가 식사하는 틈을 타서 종이와 펜을 가져왔다.
다 먹은 후 적당한 때가 되면 그를 위해 무언가를 그려서 태워 주려 했다.
예를 들어, 지금 신고 있는 짚신은 더 이상 낡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낡아 발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진희원은 남자아이가 가만히 있자 고개를 들어 물었다.
“왜 안 먹어요?”
“나머지는 가져가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먹으려고요.”
남자아이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삼촌과 형이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어요. 남은 반쪽 떡도 제가 기차 탈 때 힘이 생기라고 전부 저에게 줬어요.”
진희원의 손이 멈칫했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먹어요, 좀 이따 더 볶아줄게요. 부엌에 있는 과일을 다 가져가도 돼요.”
“그... 그건 안 되죠!”
남자아이는 다급히 말했다.
“저는 갚을 돈이 없어요. 너무 많아요.”
진희원은 앉아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삼촌이 말하지 않았어요? 만약 힘든 일이 생기면 그게 돈이든 먹을 것이든 언제든 진씨 가문을 찾아도 된다고요.”
“삼촌이 말하길 진씨 가문이 우리의 거점 중 하나라고 했어요.”
남자아이는 기억이 희미해진 듯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
“네, 진씨 가문.”
진희원은 녀석의 검은 머리를 문지르며 말했다.
“그러니까 뭐든 다 가져도 돼요.”
남자아이는 그제야 설득이 된 듯 고개를 돌려 한쪽 선반을 바라봤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과일을 본 적이 없어요. 삼촌이 분명 기뻐할 거예요!”
그리고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반짝였다.
“정말 감사해요!”
“당연한 거예요.”
진희원은 그의 말을 통해 남자아이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신문 배달이라기보다는 군대 같은 느낌이었다. 옷 속에 옷이 한 겹 더 있었고 손에 굳은살이 많았다. 어린 나이임에도 총을 쓸 줄 아는 듯했다. 식량을 아끼고 옷에 묻은 쌀알까지 아까워 전부 주워 먹었다. 다 먹은 접시는 깨끗했다.
갖고 온 편지가 절대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진희원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편지 좀 주시겠어요?”
리오는 바로 경각성을 높이고 뒤로 한발 뒤로 물러났다. 구질구질한 얼굴에는 엄숙함이 묻어났다.
“죄송해요. 편지는 어르신께 직접 드려야 해요.”
“네, 알겠어요.”
진희원은 할아버지에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상대의 존재를 알릴지 고민 중이다.
이때 한쪽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오순호다. 등불을 들고 부엌에 있는 진희원을 보고 급히 들어왔다.
“아가씨, 배가 고프시면 저를 부르시죠. 요리사를 불러오겠습니다.”
“아저씨, 아니에요.”
진희원이 말했다.
이때 남자아이가 갑자기 말했다.
“흥이 형?! 아니 형은 이렇게 늙지 않았는데 흥이 형과 닮았어요! 기억났어요. 흥이 형의 동생이죠. 근데 아닌 것 같아요. 왜 이렇게 늙었어요...?”
말을 하던 소년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상대방이 할아버지가 되어 가는데 본인은 왜 이렇게 어린지 의문이 드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