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3장 진상철이 받은 편지
오순호는 진희원이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지만 그녀가 말하는 대로 따랐다.
지금 진씨 가문의 주인이 진희원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모든 것을 잘 처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잠귀가 밝은 진상철은 금방 깼다.
오순호가 다가가 자초지종을 말했다.
진상철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그 말에 슬리퍼도 신지 않은 채 허둥지둥 나섰다.
“어서, 서재로 데려다줘.”
전쟁에서 온 영귀... 진상철은 진씨 가문이 일떠설 수 있었던 근본을 잊지 않고 있다.
상대방이 원한다면 진씨 가문이 있는 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매우 빨리 걸었다. 마음이 너무 급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영귀까지 온 것일까.
오순호도 너무 알고 싶었지만 큰오빠를 불러 달라는 진희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다만 진기풍이 깨어남과 동시에 옆방의 신유정도 잠에서 깼다. 외투를 걸친 채 긴 머리를 상냥하게 나와 말했다.
“기풍 씨, 한밤중에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아니. 할아버지가 잠깐 오라고 해서.”
진기풍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자.”
신유정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설마 내가 아까 어르신을 찾아간 것 때문에 기풍 씨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 아니야? 그런 거면 나도 같이 가. 우리 같이 얘기해.”
“할아버지를 찾으러 갔어?”
진기풍이 잘생긴 얼굴을 옆으로 돌리더니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왜 찾아갔어?”
신유정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오순호가 손을 들었다.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큰 도련님, 서재에 일곱째 아가씨도 계시니 신유정 씨 일은 아닐 겁니다.”
이 말은 핑계에 불과했다. 영귀가 온 일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신유정은 계속 따라오려 했다.
“아까 일곱째 아가씨를 기분 나쁘게 했는데... 기풍 씨, 나 무서워...”
간절하고 눈빛으로 고개를 들고 말했다. 진씨 가문의 가족들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까 봐 마음속으로 걱정하는 듯했다.
진기풍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오순호는 혹시라도 큰 도련님이 신유정과 같이 가겠다고 할까 봐 대책을 궁리하고 있었다.
“일곱째가 그렇게 꽁한 아이는 아니야.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내일 아침에 내가 이야기해 볼게.”
진기풍은 그녀의 방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일단 들어가서 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저씨에게 말하고.”
상대방이 이렇게 말한 이상 신유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하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나에게 얘기해야 해.”
말을 마친 후, 아주 진지한 얼굴로 한 마디 덧붙였다.
“이번에는 절대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진기풍은 고개를 끄덕인 후 오순호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오순호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큰 도련님이 이성을 잃을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고 생각했다.
서재는 원래 공적인 일을 이야기하는 곳이다. 큰 도련님이 정말 신유정을 데리고 간다면 어르신은 속으로 분명 화를 내고 실망하실 것이다.
이때 진기풍이 말했다.
“아저씨, 저도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어요.”
오순호는 순간 멈칫했다.
“그럼 됐어요.”
웃음기는 없지만 진실했다.
같은 시간, 서재 안.
진상철은 이미 도착했다. 그는 진희원을 보자마자 말했다.
“희원아, 그 사람은?”
이때 나무 의자에 앉아있던 리오도 고개를 들었다. 의자에서 뛰어내려 눈앞에 보이는 노인의 얼굴과 그 뒤의 사진을 진지한 눈빛으로 번갈아 바라봤다.
맞다. 그가 찾으려던 진상철 어르신이다.
리오가 자리를 옮겼다.
진희원은 두 사람이 혹시라도 부딪힐까 봐 진상철을 부축했다.
“왼쪽편에 있어요. 편지를 전달하러 왔습니다.”
진상철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받을게. 빨리 편지 내용을 보여 달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