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7장 진기풍의 결정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숨을 거뒀어요.”
진희원은 아주 낮은 톤으로 말했다. 그래서인지 농담 같지 않았다.
이 말을 들은 진기풍과 진상철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
그들은 금방 들은 말을 단순히 꿈으로만 생각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진서원이었으니 말이다.
옆에 있던 오순호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서원 도련님께서 예능에 나갔을 때 희원 아가씨도 나타나신 거예요?”
“그때 서원 오빠를 만난 건 우연이었어요.”
진희원이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전 제가 간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어요. 근우 오빠에게 일어난 일도 마찬가지예요. 할아버지, 큰 오빠, 저는 그걸 그저 꿈으로만 생각할 수 없어요.”
진상철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진희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희원아. 내가 옆에 있잖아.”
“이게 끝이 아니에요. 큰오빠, 그때 할아버지께서 도와달라고 하셨을 때도 오빠는 오늘처럼 공항에서 신유정 씨를 우연히 만났어요.”
“그때 진씨 가문이 풍비박산이 났을 때 할아버지께서는 오빠가 돌아와서 집안을 돕기를 바랐어요. 하지만 신유정 씨가 나타난 후로 오빠와 할아버지의 사이가 멀어졌어요.”
“당시 할아버지께서는 돈을 마련해 신유정 씨를 외국으로 보내려고 했고 신유정 씨도 돈을 받았지만 지금은 자신의 노력으로 할아버지께 인정받겠다고 하시잖아요.”
“꿈에는 이런 장면이 없었어요. 오빠는 뜻밖에 이 사실을 알게 됐고 할아버지께서 사사건건 간섭한다고 생각했고 할아버지께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조차 마음대로 정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회사의 주주들은 할아버지를 괴롭혔고 오빠의 태도도 종잡을 수 없었기에 할아버지는 결국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어요.”
진희원이 이렇게 말할 때 진기풍은 눈에 띄게 몸을 떨었다. 항상 침착하고 점잖은 그가 눈을 감고 괴로워하며 입을 열었다.
“저는 감정적인 일로 할아버지와 멀어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신유정 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오빠께 여쭤보는 거예요.”
진희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오빠, 할아버지께서 병에 앓아누웠을 때 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이 무엇인지 아세요?”
“오빠와 신유정 씨의 약혼식에서 오빠가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소식이에요. 그 말을 들은 할아버지께서는 돌아가셨고 신유정 씨가 오빠의 회사 지분을 얻었어요.”
이 말을 들은 진기풍이 현실을 부정했다.
“그럴 리 없어. 회사의 지분은 진씨 가문과 관계된 일이야. 회사 지분은 승기에게만 줄 수 있어. 승기는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신유정 씨가 회사 지분을 손에 넣은 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뭔지 아세요? 승기 오빠를 회사에서 내쫓는 거예요.”
진희원이 진기풍의 말을 끊었다.
이런 건 그냥 간단하게 얘기해도 되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얘기하는 건 진기풍이 직접 느끼길 바라서였다.
진희원은 그가 결딴을 내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진기풍이 아직도 마음속으로 신유정을 신경 쓰고 있다면 진희원도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 했다.
지금 이 순간, 진희원의 마음은 아주 불안했다. 혹시나 진기풍이 신유정 쪽에 설까 봐 말이다.
진기풍은 두 눈을 붉혔다. 그의 눈동자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었다.
“신유정 씨는 다른 목적을 갖고 큰오빠에게 접근한 것 같아요.”
진희원은 진기풍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의심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닌지는 오빠가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진기풍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놓았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 어두운 표정이 저어졌다.
“유정 씨와는 공항에서 우연히 만났어. 나도 계속 생각했어. 어쩌면 이런 우연이 있을까, 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이제야 납득했어.
진기풍은 담담해진 눈빛으로 계속해서 말했다.
“희원아, 누구라고 생각해? 유정 씨를 보내서 나한테 접근하라고 한 사람 말이야. 아버지?”
진기풍은 완전히 깨우친 것 같았다.
“그럴 수 있겠네. 우리 아버지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사람이야.”
그는 웃으면서 조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