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8장 진기풍이 진희원을 도우려 한다

그 말을 들은 진희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기풍은 그녀가 생각하던 것보다 똑똑하고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진기풍의 결정은 그녀로 하여금 안심할 수 있게 했다. 진기풍도 진희원과 진상철의 표정을 알아차렸다. 비록 그녀를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진상철을 잘 알고 있었다. 진상철은 평생을 결단력 있게 살아온 사람이었다. 이렇게 소심했던 적도 없을 것이었다. 마치 진기풍이 자기를 탓하지 않길 바라는 것 같았다. 진기풍은 목을 힘겹게 움직였다. 죄책감이 들었고 가슴 아프기도 해서 뭐라고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진희원의 얘기만 들어도 당시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무력했는지,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신유정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간에 할아버지께서 처리하게 둘 수는 없었다. 진기풍은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그가 진상철과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손인 만큼 그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영상에도 나와 있었고 어머니도 자주 말씀하셨으니 말이다. 진기풍은 다섯 살 때 할아버지께서 붓글씨를 가르쳐 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진기풍의 고사리 같은 손을 꼭 잡고 붓으로 한 획 한 획 글씨를 쓰는 법을 가르쳐줬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할아버지가 성깔이 세다고 했다. 말할 때도 상대방의 자존심을 생각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진기풍의 아버지도 평소에 할아버지께서 옛날 사람처럼 군다고 불평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다 큰 어른이었기에 그는 남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진명 그룹을 책임지고 계셨다. 진기풍은 할아버지께서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계획을 얘기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다들 할아버지의 야망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회사를 이끄는 사람은 단순히 돈을 벌려는 장사꾼과 차이가 있다는 걸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았다. ‘손자인 내가 연애 문제 때문에 진씨 가문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니...’ “할아버지, 제가 못나서 할아버지께 걱정을 끼쳤어요.” 진기풍이 입을 열었다. 진상철은 손을 뻗어 그의 등을 어루만졌다. 하루 종일 걱정했던 마음이 이제야 안정을 되찾았다. “내가 너무 독단적이어서 그래.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상의하도록 할게.” 진상철이 자기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 말을 들은 진기풍은 머리를 들 수 없었다. 만약 오늘 진희원이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만약 자신이 정말 연애 때문에 할아버지를 오해했다면 그는 아마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 “신유정 씨 쪽은 내가 알아볼게. 아직은 좀 연기를 해야겠어. 티가 나면 안 되니까 말이야.” 진기풍은 신유정과 선을 그은 듯 그녀의 이름에 성을 붙여서 불렀다. “희원이 꿈으로 보면 아마 그 찌질한 아버지께서 혼자 저지른 일은 아닌 것 같아.” 진기풍은 해외에서도 이름을 날린 사람답게 생각이 철저했다. “이미 나를 노리기 시작했으니 차라리 넘어간 척하면서 떠보는 게 낫겠어.” 이 제안은 진희원의 생각과 일치했다. 그녀는 리오를 데리고 가야 했다. 회사에는 큰오빠가 있으니 훨씬 안전할 것이었다. “오빠 말대로 해요.” 편지를 접으면서 진희원이 말을 이어 나갔다. “저는 가서 이 일을 처리할게요. 회사 쪽은 오빠께가 좀 주의해 줘요. 주주들이 왜 그쪽 사람들과 그렇게 단단한지 알아봐 주시고요. 지난번에 제가 몇 명 찾아내긴 했지만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하루아침에 변할 리 없으니 말이다. 다만 진희원이 유일하게 이상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있었다. 진택현은 분명 회사를 관리하는 능력이 없는데 왜 주주들은 떠나지 않고 그의 편에 서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진기풍도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다 조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돈은 내가 계좌로 보내줄게. 기차를 타본 적은 없지만 들은 적은 있어. 좌석 몇 개 더 사서 누워 있어도 돼.” “오빠, 그 정도는 아니에요.” 진희원은 실소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