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6장 진희원과 악령이 협력하다
그 말에 일본 사자는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신호를 보내려고 움직였다.
진희원은 그에게 독침을 쓸 기회조차 주지 않았는데, 지원병을 부르도록 신호를 보내는 걸 용납할 리는 더더욱 없었다. 얼굴을 때리지 않은 이유는 잠시 뒤에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겨야 했기 때문이다. 스파이의 외모는 당연히 기록해 둬야 했다.
일본 사자는 진희원이 무방비하게 휴대전화를 쳐다보는 줄 알았다.
신호를 보내기 직전, 진희원이 그의 상성혈에 침을 꽂았다.
그 순간 일본 사자는 정신을 잃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도망치려고 했는데 진희원이 오른손을 움직여 남쪽의 경계를 해체했고, 수많은 악령이 몰려들었다.
그들에게 퇴로는 없었다.
이 한국 여자는 대체 정체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기괴한 도술을 부릴 줄 아는 걸까?
왜 악령들은 그녀의 명령에 따르는 걸까?
일본 수도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옆에 있는 악령보다 빠를 수가 없었다. 그들이 다리를 들자마자 악령들이 그들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그 모습은 마치 당신들은 둔지술을 좋아하니 우리와 같이 지하에 함께 있자는 듯했다.
똑같이 힘을 빌리는 것이지만 진희원은 일본 사자들과 달랐다.
악령들 모두 생전에 뭘 했든 상관없이 다들 DNA에 나라의 원수가 새겨져 있었다.
악령들은 진희원의 말을 들었고 그들이 일본에서 온 스파이라는 걸 알았다. 그들은 방관자가 될 수 없었다.
덕을 쌓지 못한다고 해도 일본 스파이들은 반드시 처단해야 했다.
덕은 나중에 쌓아도 되지만 일본 스파이들은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만날지 몰랐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이번 작전에서 분노한 상서를 상대해야 하는 줄 알았다.
대사는 예전에 상서가 깨어난 것은 길조이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그들이 지닌 물건이 상서를 계속 잠들게 할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들은 결국 악령이 된 노인들에게 가로막혔다.
노인들 중 누군가는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아마도 장 보러 나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은 사람인 듯했다.
악령들이 모여 있는 탓에 원한 때문에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중 한 노인은 그들의 얼굴을 손가락질했고, 그로 인해 그들은 어지럼증이 났다.
술법 따위 필요 없었다. 그것은 순수한 물리 공격이었다.
진희원은 노인들이 멋대로 하게 놔두었다.
그녀는 중요하지 않은 자들은 그 악령들에게 맡겼다.
진희원이 일본 사자들을 묶어두고 기운을 따라 서지석을 찾아가려는데 안쪽의 흰색이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
진희원은 사실 상서가 누군지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수행자들이 상서를 잡기 위해 아주 공을 들인다는 걸 알았다.
상서의 피와 살이 수도자의 실력을 효과적으로 상승시켜 주기 때문이었다.
진희원은 사실 그런 방법에 동의하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보호 동물을 사냥해서는 안 된다고 법으로 명확히 금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진희원은 그들의 가치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진희원은 줄곧 그런 방식을 쓰는 수도자들을 꺼렸다.
수도자들은 도를 깨우치거나 악령들을 없애는 방법으로 신앙을 수집하면 되는데 굳이 이런 지름길을 선택하려고 하다니.
게다가 이번에 상서를 탐낸 건 일본 사람이었다.
진희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특수 부문에 위치를 전송하여 그들을 데려가서 심문하라고 했다.
앞으로 두 걸음 걸어간 진희원은 벽에 기대선 채 비수를 들고 있는 소년을 보았다. 그가 상서였다.
소년은 궁지에 몰린 듯 보였다. 모자는 옆으로 치켜들려 졌고 흰색의 짧은 머리는 그의 눈을 가렸다. 얼굴과 목에는 피가 흘렀고 옷도 찢겼으며 다리는 절뚝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진희원이 그를 본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