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7장 상서가 그라고?
서울의 청수거리.
당시 소년은 본성이 나쁘지 않은 양아치들과 어울렸다.
소년이 둘째 삼촌이라고 불렀던 사람은 진희원을 붙잡고 그녀를 혼쭐내려고 했었다.
그때 소년은 아무 말 없이 구석에 서 있었다.
진희원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상서?”
사실 진희원은 이미 그때 그가 남다르다는 걸 눈치챘었다.
소년은 서지석과 같이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됐었다.
다른 점이라면 서지석은 그보다 나이가 조금 더 어렸고, 둘 중 한 명은 말을 못 했고 다른 한 명은 다리를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소년 또한 진희원을 알아보았다. 그는 눈이 비록 좋지 않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똑똑했다.
진희원을 본 그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곧바로 그녀를 보스라고 불렀다.
아주 힘이 없는 목소리였다.
소년의 흰 머리카락은 식은땀에 젖어 그의 희고 준수한 뺨에 달라붙었는데 그 모습이 어쩐지 가련해 보였다.
보스라고 부르기까지 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진희원은 그의 상처를 살펴본 뒤 혈 자리를 몇 번 눌렀다.
그러고는 그의 손목과 발목을 보았다. 침에 당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소년의 한쪽 팔에는 심지어 사슬이 둘려 있었다.
진희원은 사슬을 풀어주었다.
소년은 그제야 자유를 되찾은 듯 두 눈에 밝은 빛이 감돌았다.
하지만 몸, 특히 사지가 여전히 아팠다.
그래도 다행히 움직일 수가 있었다. 시선을 든 소년은 입술이 창백했다. 그에게서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병약미가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보스.”
“이튿날에 정식으로 찾아오지 않았으니 보스라고는 할 수 없지.”
진희원은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허리를 숙였다. 그녀는 의문문이 아닌 평서문으로 말했다.
“너 네가 상서라는 걸 알고 있었구나.”
백발의 소년은 태연했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어요. 둘째 삼촌이 절 데려가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절 찾아왔거든요. 조금 조사해 보니 제 피와 살이 그들에게는 귀한 물건인 듯했습니다.”
“똑똑하네.”
진희원은 허리를 세운 뒤 눈빛이 어두워졌다.
똑같이 쓰레기 더미에서 나왔는데 서지석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상서는 주변 환경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추론했다.
소년은 눈치가 아주 빨랐다. 상서는 이미 깨어나기 전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아득바득 애를 썼다.
서지석이 혼돈이라는 걸 진희원이 확신하는 이유는 서지석이 그녀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미 그녀로 하여금 의문을 품게 했기 때문이다.
진희원은 아이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억지로 책을 읽어야 했다.
눈앞의 상서가 대체 무엇인지, 진희원은 아직 그걸 꿰뚫어 볼 능력은 없었다.
진희원은 항상 자기 자신을 어중간한 풍수사라고 생각했다.
백발의 소년은 한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는 조금 전 밖의 기척을 들을 수 있었고 이 골목에서 신의가 자신을 구한 걸 알고 있었다. 소년은 잠깐 고민하다가 손을 뻗었다.
“보스, 보스도 도를 닦죠? 전 지금 돈이 없어요. 앞으로 벌면 돌려줄게요. 연구해 봤는데 제가 원해서 준 거면 수행에 도움이 돼요.”
“그걸 연구했었단 말이야?”
진희원은 웃더니 그가 뻗은 손을 바라보았다.
“잠깐 기다려봐.”
그렇게 말한 뒤 진희원은 일본 사자의 몸을 뒤져봤고 해독약과 천을 찾았다.
진희원은 천을 찢어 피가 멈추지 않는 백발 소년의 손목에 둘러주었다.
소년은 멈칫했다.
“보스는 필요 없어요?”
“난 도를 닦지 않아.”
진희원은 상처를 싸매는 걸 잘했다. 그녀는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한 가지 얘기해줄 게 있어. 넌 지금 나를 따르는 게 가장 좋아. 너도 들었겠지만 저 사람들은 일본인이야. 널 잡으러 온 것 같아. 이 사람들 말고도 더 있을 거야. 만약 네가 그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험해지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