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8장 역풍이 두렵지 않은 걸까
백발의 소년은 말을 잘 따른다기보단 아주 총명했다.
“보스가 따르지 말라고 했어도 따랐을 거예요.”
그사이 그를 뒤쫓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그는 둘째 삼촌과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그의 다리를 치료해 주려고 이곳저곳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 테니 말이다.
저번에 의현당에 가지 않은 것도 경주에서는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소리를 들은 둘째 삼촌이 소년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하지만 며칠이나 지났으나 둘째 삼촌에게서는 아무 소식도 없었고 결국 백발의 소년은 그를 찾으러 밖으로 나왔다.
그는 사실 신의와 거래를 할 생각이었는데 신의는 그의 피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백발의 소년은 조급했고 그래서 티가 났다.
진희원은 그를 힐끗 보았다.
“다른 일이 있어?”
“둘째 삼촌이 사라졌어요.”
백발의 소년은 처음으로 신세 지는 기분을 느꼈다. 진희원은 그를 살려주었고, 그는 그녀에게 한 가지 일을 더 부탁했다. 그러나 진희원 말고는 누구에게 이런 부탁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신의님, 저희 둘째 삼촌을 찾아줄 수 있나요?”
백발 소년의 두 눈동자에서 은은한 금빛이 감돌았다.
“절 위해 삼촌을 찾아주신다면 뭐든 다 할게요.”
진희원은 기억력이 뛰어났다.
“너희 둘째 삼촌? 김대철?”
“맞아요!”
백발의 소년은 조금 전까지는 나이와 맞지 않게 성숙해 보이더니 이제야 조금 감정을 밖으로 표출했다.
“최근 약재가 많이 필요했어요. 삼촌은 도를 닦는 사람이 아니고 절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도 몰라요. 경주에 온 건 여기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온 거예요. 하지만 그날 삼촌은 기쁘게 600만 원을 들고 돌아온 뒤로 실종됐어요.”
“전 지금 눈에도 문제가 생겼어요. 가끔 잘 보이지 않아요.”
백발의 소년은 손을 떨었다.
“만약 제 피와 살이 필요하지 않다면 계약할게요. 고서에 적힌 내용에 의하면 상서는 주인을 위해 엄청난 덕을 마련해줄 수 있대요.”
“그건 맞아. 하지만 지금까지 너처럼 적극적인 상서는 없었어.”
진희원은 거기까지 말한 뒤 뭔가 눈치챈 건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삼촌 일은 조금 더 고민해 볼게. 나도 사람을 찾고 있거든. 넌 신분이 특별하니까 여기서 말하기는 적절치 않아.”
백발의 소년은 그 말을 듣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는 다리가 불편했지만 진희원이 움직일 때 그녀를 따라갔다. 아파서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진희원은 상서가 자기 자신을 막 대하는 걸 그냥 지켜볼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상서에게 약 한 병을 건네주고는 5대 왕조 엽전으로 기절한 일본 사자와 그의 부하들을 한데 묶었다.
“어르신, 저 사람들 봐주시겠어요? 곧 정부 사람들이 올 거예요.”
진희원은 시선을 내려뜨리고 망령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의 빨간 눈동자를 바라보면서도 진희원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른 감정도 전혀 없었다.
노인들은 손을 저으면서 흔쾌히 말했다.
“그래요, 가봐요. 걱정하지 말아요. 살아생전에 태권도를 배웠었는데 죽어서도 잊지 않았으니까요. 감히 움직인다면 아주 반 죽여버릴 거예요.”
“좋아요. 이 근처에 용호산 수도자들이 있을 거니까 다들 조심하세요. 그들이 오면 일단 자리를 피해요. 괜히 성불 당하지 말아요.”
진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진법을 설치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저항하려고 하자 진희원은 한주먹에 그를 기절시켰다.
서지석이 사라져서 진희원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왜 움직여? 시간 낭비나 시키고 말이야.”
그녀의 움직임은 아주 멋졌지만 동시에 아주 잔인하고 막무가내였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진희원은 분위기만 봐서는 아주 예의 바를 것 같았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판단을 잘못하여 눈에 멍이 들었다. 한국은 예의지국이라고 하던데 진희원은 예의라고는 전혀 없었다.
이렇게 난폭하고 악령과 편을 먹다니, 역풍을 맞을까 두렵지도 않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