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9장 공을 세우다
노인들은 진희원의 스타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다른 수도자들은 나이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별자리 문제인지 적을 대하는 것이 시원치 않았다. 그리고 자꾸 신력인지 뭔지를 청했다.
노인들은 수도자들이 신력을 청하여 그들을 제압하는 걸 가장 싫어했다.
당장 그들은 일본인들을 감시해야 했다. 그들이 한국의 인심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말이다.
그들이 당장 일본인들을 죽이지 않은 이유는 조금 전에 진희원이 그들을 상부에 보내게 도와주면 공덕을 쌓는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평소였다면 공덕 따위는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악귀이고 공덕 따위 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이 공덕을 쌓는다면 앞으로 그들을 오랫동안 이 일을 자랑할 수 있었다.
비록 악령들이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진희원은 그들이 기분 좋음을 알아챘다. 그녀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손을 뻗어 백발 소년을 잡았다.
“아까 그 제안 받아들일게. 내가 찾으려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너랑 같거든.”
진희원은 그렇게 말한 뒤 아까 주웠던 유리구슬을 그의 손바닥 위에 놓았다.
“걔의 위치를 파악해 봐.”
백발 소년은 똑똑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자신과 같다는 말을 들은 뒤 자세히 묻지도 않고 눈을 감았다.
주변 기운은 무척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유리구슬 위 기운은 유일무이했다.
사람을 아주 불안하게 만들었고 심지어 거부감마저 들었다.
두 사람은 천성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여기 없어요.”
백발 소년이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동자는 한없이 맑았다. 그러나 그는 아주 많은 힘을 소모한 듯 보였다.
“그의 기운은 서쪽에서 사라졌어요. 누가 데려간 것 같아요.”
진희원의 두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누가 데려갔다고요?”
“아마도요.”
백발 소년은 논리정연하게 말했다.
“조금 전 아주 많은 기운을 노출했죠. 계속 그런 상태라면 몸이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누군가 그걸 막아줬을 거예요.”
백발의 소년은 아직도 감지하고 있는 듯했다. 갑자기 그는 손가락을 움찔 떨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랑 비슷한 기운이 하나 느껴져요.”
상서와 비슷한 기운이라면 상서밖에 없었다.
진희원은 곧 누군가 올 거라는 걸 깨닫자 더 이상 그곳에 머물지 않고 백발 소년을 데리고 반대편 지하로 갔다.
그녀는 대체 누가 서지석을 데려갔는지 알아낼 생각이었다.
그게 누구든 서지석에게 불리한 자라면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같은 시각, 용호산의 수도자들이 그곳에 도착했다.
나이 어린 수도자들은 눈앞의 광경에 충격을 받고 동공이 떨렸다.
“사형, 이렇게 많은 악령이 사람들을 감시하는 게 정상인가요?”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손 쓰지 마. 저들의 목표는 우리가 아니라 저 일본인들이니까.”
악령들이 둘러싸고 있는 건 이번 일의 주모자가 분명했다.
심지어 그조차도 내심 놀랐다.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을 묶은 건 그들에게 낯설지 않은, 수도자들이 꿈에도 원하는 5대 왕조 엽전이었다.
대체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많은 악령을 모이게 해서 자기 대신 사람들을 감시하게 한 걸까?
게다가 그 악령들은 전부 노인들이었다.
고개를 돌린 악령들은 두 눈이 빨갛고 혼탁하며 온몸에서 검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사악한 기운을 드러냈다.
평소였다면 바로 그들을 공격했을 것이다. 이런 악령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전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악령들은 중얼거리며 말했다.
“저 사람들 정부 사람인가?”
“아냐. 용호산 사람들이야.”
“뭐? 그러면 일찍 얘기했어야지. 우리는 얼른 가자고!”
“싫어. 난 공덕을 쌓을 거야.”
“이 영감탱이, 왜 이렇게 고집불통이야?”
악령들은 움직이지 않았고 수도자들도 감히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악령들에게 둘러싸인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절망에 빠졌다.
곧 특수 부문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바닥에 남겨진 부호를 보고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보스가 말하길 당신들이 일본인 스파이 7명을 잡았다던데 사실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