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7장
신다정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보자 지태준도 고래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지못해 한마디 했다.
“여보, 나 거짓말해도 돼?”
“안 돼.”
신다정의 안 된다는 말에 지태준은 그제야 휴대전화를 꺼냈다.
어젯밤, 지태준의 핸드폰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이 번호는 신다정에게 더없이 익숙한 번호였다.
여기까지 확인한 신다정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박시언의... 자작극이었어.”
잠시 후, 허씨 사택.
허성곤의 방으로 간 청산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대표님, 대표님이 나서서 얘기 좀 해주십시오.”
“무슨 얘길? 본인이 말하겠다고 하는데?”
허성곤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내가 강요한 거 아니야.”
“이러다가 지 대표님이 허씨 가문을 통째로 말아먹을 판입니다.”
허성곤은 골치 아픈 듯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이 사람들을 집에 들어와 살라고 한 것이 잘못이다.
“나가자.”
“예.”
청산이 허성곤의 휠체어를 밀며 복도로 나갔을 때 지태준은 거실에 앉아 다트를 능숙한 솜씨로 가격이 일곱 자릿수인 유리 꽃병을 맞히는 중이었다.
이내, 꽃병이 깨져버렸다.
지태준이 과도를 집어 들자 청산은 혹시라도 인명피해가 날까 봐 얼른 달려들어 말했다.
“지 대표님! 이건 안 됩니다!”
“누가 던진대?”
지태준은 느긋하게 사과 하나를 집어 들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과를 깎는 것뿐이잖아.”
거실 안은 온통 어질러져 있었고 하녀는 바삐 뒷정리하고 있었다.
이때 옆에 있던 허성곤이 입을 열었다.
“물건을 부수고 싶으면 집에 가서 부숴요.”
지태준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자 허성곤이 말했다.
“본인이 직접 말한 거잖아요. 누굴 원망하겠어요?”
그 말에 사과 껍질을 깎던 지태준의 손이 뚝 멈추더니 허성곤을 향해 싸늘한 눈빛을 내보이며 말했다.
“거짓말을 하려고 했는데 감히 못 했어요.”
지태준의 말투는 찌질하면서도 딱딱했다.
“신다정 씨는요?”
이렇게 물은 허성곤은 이내 말을 돌렸다.
“아, 참. 아마 박시언을 찾으러 갔겠죠.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앉아 화풀이를 하는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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