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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장

“네, 신다정 씨.” 이 비서가 옆에 있던 하녀에게 눈짓하자 그 하녀는 얼음물 한 잔을 윤아의 얼굴에 뿌렸다. 화려하게 화장한 윤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지저분해졌고 안색도 급격히 어두워졌다. “미쳤어? 나는 한성 그룹 초대를 받고 온 거야! 그런데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한다고?” “박씨 집안은 교양 없는 손님을 들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초대한 사람이 윤아 씨는 아닌 것 같네요.” 이 비서가 윤아를 힐끗 쳐다보자 윤아는 궁색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윤아는 아빠에게 부탁해 박씨 저택에서 열린 연회 초대장을 얻었다. 평소 같으면 윤 이사도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없다. 주위의 시선을 본 윤아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왕 박씨 저택에 들어온 이상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해도 박 대표님이 나를 혼내야지 일개 비서인 당신은 자격이 없어요! 여기서 이래라저래라할 자격은 더더욱 없고요!” “맞아요. 박 대표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손님을 이렇게 대할 수 있어요!” 옆에 있는 도시연도 윤아를 위해 한마디 불평을 토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저 이 모든 것을 한 편의 연극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늘 박시언의 오른팔이었던 이 비서였기에 그 누구도 함부로 이 비서에게 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 사람이 아닌 이상 말이다. 이 비서는 웃으며 물었다. “그럼 윤아 씨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거죠?” “사람들 앞에서 당장 사과하세요!” 윤아는 이 비서가 박시언 씨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더 이상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았다. 윤아의 성격상 이 비서에게 사과만 하라고 한 것은 충분히 자존심을 내려놓았다는 것을 남들은 몰라도 신다정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윤아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박시언의 사람인 이 비서에게 사과하라는 것은 박시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것을 말이다. 신다정이 천천히 말했다. “이 비서, 얘랑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이만 가죠.” “네.” 자리를 뜰 때 이 비서가 문 앞에 있는 경비원 두 명에게 눈짓하자 경비원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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