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5장
품에 가득 안긴 자료를 본 배성유는 금방까지 불붙었던 흥미가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때 문밖에서 배연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아빠는 그쪽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왜 아직도 여기서 버티고 나가지 않는 거냐고요?”
배연화의 고함에 박시언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고 의자에 앉아 있던 배성유는 귀를 쫑긋 세웠다.
“싸운다. 싸운다. 내가 가서 말릴까?”
배성유의 반짝이는 눈빛은 싸움을 말리려고 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러 가려는 것 같았다.
“아가씨! 손찌검하시면 안 됩니다.”
배연화가 손찌검을 하려 한다는 말에 박시언이 문을 열었지만 그저 밖이 보일 정도로 틈만 열었다. 배연화가 최정애의 캐리어를 밖으로 내던지는 바람에 안에 있던 보석과 비싼 원피스들이 전부 바닥에 널브러졌다.
옆에 있는 하녀가 배연화를 말리지 못하자 최정애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일이 커지자 방에 있던 배건웅도 밖으로 나왔고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본 순간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연화야! 손님에게 그렇게 무례하면 안 되지!”
“아빠! 왜 이 늙은 여자를 우리 집에 묵게 하는 거야? 이 여자 싫어! 싫다고!”
배연화는 배건웅의 앞에서 억지를 부렸다.
캐리어 안에 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지켜보던 최정애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건웅 씨, 배씨 저택에 충분히 있었던 것 같으니 이만 짐 싸서 갈게!”
최정애의 억울한 표정에 배건웅이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아이가 철이 없어... 연화에게는 내가 사과하라고 할게. 진짜로 가고 싶으시면 내가 사람을 시켜서 짐을 정리하라고 할게. 비행기 티켓도 끊어줄게.”
배건웅의 위로의 말이었지만 최정애의 안색은 더욱 어둡게 변했다.
배건웅이 자신을 보내려고 할 줄은 몰랐다.
그동안 단둘이 있어 본 적도 없는데 이대로 간다고 생각하니 최정애의 마음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설마 혼자만의 상상이었던 것일까?
“알았어... 갈게.”
최정애는 눈물을 글썽이며 게스트 룸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모습에 배건웅은 이마를 짚더니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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