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짜릿한 아수라장

유정한은 입을 굳게 다물고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눈빛 속에 담긴 애정은 숨길 수 없었다. 이내 손을 들어 강이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직하게 대답했다. 옆에 있던 하도윤은 그 모습을 보더니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고 손에 든 술잔조차 내려놓는 걸 잊었다. 그는 유정한과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 보았다. 업계에서 냉철하고 무자비하기로 소문난 유정한이 작고 아담한 강이영의 두세 마디에 눈빛이 바로 부드러워지고 차가운 기운까지 말끔히 사라지지 않았는가.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하도윤은 헛기침하며 술잔을 흔들었다. “유정한,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건 혹시 감시하러 온 건가?” 유정한은 담담하게 하도윤을 보았다. “언제 왔어?” 하도윤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오늘 오전에. 경진에 도착하자마자 네 소식을 듣고 현준이한테 자리 좀 만들어 달라고 했지. 네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었거든.” 유정한은 바로 차가운 눈길로 구현준을 쓱 보았다. “호텔 방 카드키는 뭐지?” 구현준은 벌떡 일어나며 설명했다. “뭐야! 그건 나랑 상관없어! 나도 억울해!” 말을 마치고 나서야 무언가를 깨닫고 되물었다. “잠깐,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유정한은 임예리가 보낸 메시지를 열어 구현준에게 핸드폰을 던졌다. “직접 봐.” 핸드폰을 받은 구현준은 한번 훑어보고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는지 입꼬리가 씩 올라가며 눈빛이 어둡게 빛났다. 이내 주인에게 돌려주며 구현준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재밌네. 이건 아예 노리고 찍은 거잖아.” 하도윤은 우아하게 술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덧붙였다. “심지어 일부러 카드키를 확대해서 찍었네.” “그러게. 그러면 뭐가 해결될 줄 알았나 봐.” 구현준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보아하니 요즘 임씨 가문은 아주 한가한 모양이지.” 강이영은 그들의 대화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들어 물었다. “지금 무슨 얘기 해요? 호텔 방 카드키라니요?” “아무것도 아냐.” 유정한은 설명하지 않고 그저 겉옷을 벗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