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모든 분노가 한순간에 잦아들었다
강이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에요?”
“저 지금 정한이한테 맞아 죽어요. 형수님, 제발 빨리 돌아와 줘요, 부탁이에요!”
강이영은 외할머니의 병실을 흘끗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외할머니가 아직 깨어나지 않으셨어요. 제가 곁을 지켜야 해서 지금은 돌아갈 수가 없어요...”
전화기 너머에서 구현준이 잠시 굳었다.
“...외할머니요?”
“네. 어제 요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외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다고요...”
강이영은 사정을 간단히 설명했다.
구현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수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말고 또 기억난 게 있어요?”
“없어요.”
강이영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훌쩍 코를 훔치며 서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정한 씨한테 여러 번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고요. 저한테 화난 거예요? 어제는 외할머니 때문에 너무 급해서 말도 못 하고 바로 병원으로 왔는데 그 뒤론 병실에서 계속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놔서 전화 온 줄도 몰랐어요.”
“형수님, 잠깐만요. 제가 바로 정한이가 전화하게 할게요!”
구현준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 시각, 클라우드 별장.
유정한의 주먹이 모래주머니에 쾅 하고 꽂혔다. 손가락 마디는 이미 피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그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지하실의 희미한 조명이 그의 핏발 선 눈과 굳게 다문 턱선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마치 분노에 뒤덮인 야수 같았다.
구현준이 뛰어 들어왔을 때, 하마터면 날아온 글러브에 맞을 뻔했다.
그는 몸을 옆으로 피하며 급히 설명했다.
“정한아! 이영 씨는 기억을 찾은 게 아니야. 도망친 것도 아니고! 강주에 외할머니 보러 간 거야!”
모래주머니가 세차게 흔들렸다.
유정한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동작을 멈췄다. 땀이 미간을 타고 흘러내리며 붕대에 스며든 핏방울과 뒤섞였다.
그는 구현준을 노려보며 쉰 목소리로 힘겹게 내뱉었다.
“...외할머니?”
“맞아! 어제 외할머니가 쓰러지셨다는 전화를 받고 간 거야...”
구현준은 강이영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유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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