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아찔한 순간
외할머니의 목소리는 아직 힘이 없었지만 마른 가지 같은 손가락에 힘을 주어 그녀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우리 착한 아가...”
투명한 눈물이 눈에서 흘러나오며 베개 위에 자국을 남겼다.
“외할머니, 울지 마세요.”
강이영의 코끝이 시큰해졌다.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아 간신히 버티며 손으로 허둥지둥 외할머니의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저 이렇게 멀쩡하잖아요...”
외할머니의 떨리는 손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흐린 눈빛에는 한없이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
“언제 귀국한 거야? 어쩌다 이렇게 살이 빠졌어?”
강이영은 목구멍이 꽉 막혔다.
“꽤 됐어요. 그냥... 일이 너무 바빠서요.”
외할머니가 걱정하실까 싶어 얼마 전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다는 건 차마 말하지 못했다.
“죄송해요, 외할머니. 진작 왔어야 했는데...”
외할머니의 거친 엄지가 그녀 손등을 쓰다듬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외할머니의 눈빛은 변함없이 따뜻했다.
“돌아와 줬으니 됐다... 어디 한번 마음껏 너를 보고 싶구나.”
아침 햇살 속에서 두 사람은 손을 단단히 맞잡았다.
외할머니는 요양원에 새로 온 간병인이 판소리를 잘한다거나, 창밖의 꽃들이 올해는 유난히 일찍 피었다는 둥 소소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강이영은 그 손등에 얼굴을 비볐다. 문득 어린 시절 열이 나 밤새도록 외할머니가 이 손으로 끊임없이 찬 수건을 갈아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간병인이 아침 식사를 가져왔을 때는 이미 아홉 시가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의사는 외할머니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식사를 마친 뒤 강이영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외할머니는 곧 다시 잠이 들었다.
그녀는 이불을 가지런히 덮어드리고 곁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때, 방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자 문 앞에는 유정한이 서 있었다.
검은색 트렌치코트에는 강주의 축축한 공기 때문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고, 단정하던 머리는 흐트러져 삐죽 솟아 있었다.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왔다.
그를 보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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