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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시중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물건

경진의 동쪽 교외. 밤하늘은 마치 먹물을 풀어놓은 듯 어두웠고 정원의 등불은 바람에 힘없이 흔들리며 기묘한 빛을 자아냈다. 안민서는 잘 조각된 나무 창가 끝에 기대어 손가락으로 하얀 바둑알을 굴리고 있었다.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지만 그녀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그저 손을 뻗어 수신 버튼만 눌렀다. “무슨 일이야.” “민서 씨,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한우현의 담담한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아주 평온한 목소리였다. “유정한이 부두에 도착했고 그 여자는 구출됐습니다.” “탁!” 바둑알이 바둑판 위로 떨어지며 고요하던 방 안에 맑은소리를 퍼뜨렸다. “임예리 이 멍청한 것.” 안민서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지만 눈빛만큼은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죽여버릴 듯 차가웠다. “내가 발밑에 길을 다 깔아줬는데 그것도 똑바로 못 걸어가서 망쳐?” 한우현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임예리는 구현준 총에 무릎을 맞았고요. 지금은 유정한 손에 넘어갔습니다.” 안민서는 진열대 앞으로 걸어가 무심한 얼굴로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유정한 수법이라면... 쯧... 임예리는 아마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 “민서 씨는 너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유정한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배후에 민서 씨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을 테니까요.” 안민서는 불현듯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애초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임씨 가문 아가씨가 일그러진 사랑으로 강이영을 납치한 거잖아?” 붉은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지만, 그녀의 눈에는 조금의 웃음기조차 없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겠어?” “민서 씨 말대로예요.” 한우현이 곧장 맞장구쳐주었다. 창밖에서는 번개가 밝은 빛을 내뿜으며 두 갈래로 갈라졌다. 확 밝아지는 실내에, 안민서의 날카로운 표정이 드러났다. “방금 뭐라고 했지...” 그녀의 목소리는 섬뜩하리만치 나지막하고 평온했다. “정한이가 직접 부두까지 갔다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 헬기 세 대를 동원하고 해경 쪽이랑도 연락을 취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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