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정말 형수님한테 마음 있는 거지?

어둠은 마치 마르지 못한 아스팔트처럼 끈적하게 달라붙어 왔다. 강이영은 길고 긴 꿈을 꾸고 있었다. 그녀는 꿈속에서 눅눅하고 어두운 지하실에 갇혀 있었다. 손목에 채워진 쇠사슬이 살을 파고들며 피가 흘러내렸다. 임예리는 주사기를 든 채,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날카로운 바늘 끝은 서슬 퍼런빛을 번뜩였다. “넌 정말 유정한이 널 구해주러 올 거라고 믿니?” 얼음장 같은 임예리의 손가락이 강이영의 턱을 꽉 움켜쥐었다. “넌, 유정한한테 그저 장난감에 불과한 존재야.” 바늘이 피부를 찌르고 들어가는 순간, 강이영은 고통에 몸을 웅크리며 작은 짐승 울음소리 같은 신음을 흘렸다. 귓가에는 병적으로 뒤틀린 듯한 임예리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다가 웃음소리의 주인은 이내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 사람은 음침한 눈빛으로 강이영을 빤히 쳐다보다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착하게 굴라고 압박했다. 말만 잘 들으면 착한 아이에게 사탕을 주겠다며 소름 돋는 목소리로 달랬다. 그 순간, 쇠로 된 문이 거칠게 걷어차이는 굉음이 어둠의 장막을 찢었다. 눈 부신 불빛 사이로 총을 든 유정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온갖 비명과 아우성 속에서 그는 손에 총을 든 채, 핏물들로 생긴 웅덩이를 밟으며 다가왔다. “이영아.” 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어앉으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피투성이가 된 강이영의 얼굴을 어루만져 주었다. “조금만 더 버텨 줘. 나랑 같이 집으로 가자.” “집으로... 가요...” 강이영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집이라니...’ 너무 낯설게만 느껴지는 단어였다. ‘나한테 집이 있었나?’ 강이영은 드디어 긴긴 악몽 속에서 깨어났다. 그녀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천장 위의 샹들리에가 부드러운 빛을 흘리고 있었다. 강이영은 한참이나 샹들리에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신이 안방의 넓은 침대 위에 홀로 누워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꿈과 현실이 머릿속에서 한데 뒤엉켰다. 머리는 돌덩이처럼 무겁게만 느껴졌고, 힘이 다 빠져버린 팔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