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나는 그의 카나리아일 뿐이야
“다희 언니, 그냥 편하게 이영이라고 불러주세요!”
강이영은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반짝이는 눈동자에 별빛까지 가득 담아 말했다.
“저 그 드라마 <풍월> 봤어요. 마지막에 언니가 절벽에서 뛰어내릴 때 뒤돌아보던 그 눈빛이 정말... 대박이었거든요. 저 그 장면 보면서 펑펑 울어서 눈이 다 부은 거 있죠?”
지다희의 움직임이 살짝 멈췄다.
그 영화에서 그녀는 여주인공도 아닌 고작 조연 2번의 역할이었다.
영화가 개봉하자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남녀 주인공에게만 쏟아졌다.
그녀가 아무리 빛나는 연기를 보여줘도 언론 기사 속 그녀의 이름은 언제나 한 줄 덧붙여주는 용도에 불과했다.
“그 장면이라면...”
지다희가 기억을 더듬어보듯 말했다.
“한 27번을 찍고 나서야 통과됐을 거야.”
“저도 알아요!”
강이영은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감독님 인터뷰에서 봤어요. 언니가 7센티 하이힐을 신고 절벽 끝에서 아홉 시간을 버텼다면서요?”
“다희 언니, 진짜 너무 대답해요!”
지다희의 가슴이 살짝 떨렸다.
“고마워.”
연예계에서 수많은 아첨들과 빈말을 들어왔지만, 이렇게나 의도 없는 순수한 칭찬은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차갑기만 하던 그녀의 눈매자 점점 부드럽게 가라앉더니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영이는 영화 말고 또 좋아하는 거 있어?”
강이영은 막 포크로 케이크를 집어 올리려다가 곧바로 내려놓고는 다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저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해요!”
그러고는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 유정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맞다, 여보. 지난번에 구현준 씨한테 줬던 그 그림 말이에요. <푸르름의 형상화>, 이것도 <풍월>에서 영감을 받고 그린 거예요.”
유정한이 눈썹을 살짝 들썩이며 물었다.
“그래?”
“무슨 그림인데?”
지다희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강이영은 곧장 휴대폰을 꺼내 그림을 완성한 후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지다희는 휴대폰을 건네받자마자 숨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건...”
지다희는 손끝으로 화면을 어루만지며 감탄했다.
“너무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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