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여보, 고개 좀 숙여 봐요
‘안민서라고?’
‘지난번에 유정한한테 약 갖다줬다는 그 민서 씨인가?’
강이영은 눈을 깜빡이며 휴대폰을 집어 들고 2층 서재로 올라갔다.
그녀는 문을 살짝 두드리고는 안으로 들어서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보, 전화 왔어요.”
유정한은 고개를 들어 화면 속 발신자를 확인하는 순간, 눈빛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고마워.”
그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곧장 발코니로 걸어 나갔다.
강이영은 유정한의 미간에 잠깐 드리워졌던 그 냉랭한 기운을 놓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그녀는 옆에 서 있던 구현준을 돌아보며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구현준 씨, 안민서 씨가 누구예요?”
그 질문에 구현준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그... 잘 모르겠는데요.”
강이영의 붉은 입술이 살짝 굳어졌다. 구현준은 모른다기보단 말하기 싫다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그녀의 시선은 다시 통유리 너머로 향했다.
역광에 비친 유정한의 길고 곧은 실루엣은 차가운 은빛을 두른 듯했다.
휴대폰을 힘껏 움켜쥔 그의 손가락 마디는 하얗게 질려 있었고, 유리문을 사이에 둔 채 목소리가 끊겨 들렸다.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 필요 없어...”
“아, 맞다. 형수님. 이번 예술전 전시장 준비 다 끝났는데, 미리 가서 구경이라도 해 볼래요?”
구현준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강이영은 시선을 거두며 금세 구현준이 꺼낸 화제로 관심을 돌렸다.
“현준 씨가 직접 안내해 주는 거예요?”
“그야 물론이죠.”
구현준은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전용 차량은 물론, VIP 풀코스 서비스까지 제대로 모십니다!”
“좋죠!”
강이영은 눈부신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따가 정한이랑 얘기 끝나는 대로 출발할까요?”
“네, 그럼 나는 방으로 가서 옷 갈아입고 올게요. 끝나면 불러요.”
그녀는 한껏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재를 빠져나갔다.
잠시 후, 통화를 마친 유정한이 서재로 돌아왔다.
“아까 무슨 얘기 했어?”
“나랑 형수가 먼저 전시장 가 보기로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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