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화
전소현이 반응할 틈도 없이 심화영은 소매 속에서 검은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가죽 채찍을 꺼내어 힘껏 앞으로 내리쳤다!
“짝!”
거친 채찍 소리에 전소현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해 초록빛이 돌았다.
“감히... 감히 이 몸을 능멸하였소?”
그녀는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심화영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채찍을 꺼내 흔들 줄은 말이다!
이것이 무얼 뜻하겠는가?
자신이 이 폐물 같은 여인을 손보려다 오히려 채찍을 빼앗기고 아직 돌려받지도 못했다는 걸 만천하에 드러낸 것과 다름없었다.
심화영의 채찍질은 땅을 향한 게 아니었다. 분명히 전소현의 얼굴에 대놓고 채찍을 휘갈긴 셈이었다.
전소현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목까지 붉게 물든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심화영을 노려보았다.
그 채찍을 당장이라도 빼앗고 싶었지만 함부로 다가설 수 없는 분위기였다.
심화영은 그런 그녀를 그저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평온한 미소였으나 그 속의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는 듯 날카롭고 차가웠다.
전소현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야 자신이 심화영의 꾀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전의 채찍질을 향한 분노와 자존심에 휘둘려 말려든 것이었다.
무심코 ‘강 도련님’라는 호칭을 내뱉게 만든 것도 그녀였다.
이제 와서 아니라고 부정한다 한들 이미 늦었고 오히려 부정할수록 더욱 수상할 뿐이었다.
결국은 스스로 ‘강 도련님’의 정체를 인정한 셈이 되었다.
그 순간, 전소현의 얼굴은 핏기를 잃고 새하얘졌다.
심화영을 다시 마주 보니 그 눈빛에서 어딘가 위협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입술 끝까지 차오른 말도 삼켜야만 했고 시선은 어느새 경계심과 불안으로 얼룩졌다.
게다가 마음속에는 더 큰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남장하여 ‘강 도련님’으로 활동했던 사실은 오직 몇몇 사람만 알고 있었다.
만일 이 일이 전강훈의 귀에 들어간다면? 전소현이 그의 다리를 보겠다는 핑계로 사실은 심화영과의 혼약서를 빼앗으려 한 게 드러난다면?
전소현의 머릿속은 온갖 걱정으로 복잡했다.
그 표정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