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화
청아한 쇳소리가 금과 철이 부딪히는 듯 묵직하게 맞은편 대나무 숲 너머에서 울려 퍼져왔다. 그 기세는 마치 전장의 병사들이 돌진하듯 살벌하고도 날카로워 주변의 소란마저 순식간에 잠재워 버렸다.
심화영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휠체어를 직접 움직이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말투와 기세 속에는 서릿발 같은 냉기가 서려 있어 한여름의 더위마저 눌러버릴 기세였다.
학당 문 앞은 숨을 죽인 듯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잠시 얼어붙었다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몸을 굽혔다.
“명양왕 전하를 뵙습니다!”
표정만이 아니라 목소리마저 주눅 든 기색이 역력하였다.
이것이 바로 전강훈의 위세였다.
심화영의 가슴도 잠시 쿵 하고 울렸다. 그녀 역시 마음을 가다듬고 몸을 굽혀 인사하였다.
“전하를 뵙습니다.”
전강훈은 그녀를 스쳐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곁에 있던 강구에게 검을 건네라 손짓하였다.
“화영 낭자가 이긴다는데에 제 이 검을 걸겠습니다..”
“오라버니!”
전소현은 그 자리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발을 동동 굴렀다. 억울함이 얼굴에 가득해 울먹이듯 말했다.
“오라버니, 이 검은 평소에 눈에 넣어도 아깝다며 제가 손끝 하나 대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심화영의 시선이 검으로 향했다.
그것은 평범한 검이 아니었다. 전강훈이 전장을 누비며 명성을 떨친 무검,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영예이자 그의 방패였다.
심화영이 이긴다면 그것은 전강훈의 명예를 지켜내는 것이지만 그녀가 진다면 그 영예와 신뢰, 모두 심화영의 손에서 무너지는 셈이었다.
그러니 오늘 반드시 이겨야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반드시 이겨야 하고 또한 빠르고 단호하고 완벽하게 이겨야만 했다.
그래야만 전강훈이 건 이 신뢰와 명예에 부끄럽지 않을 터였다.
심화영은 표정이 단호히 바뀌더니 전소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해독하시지요.”
그제야 주위의 사람들도 뒤늦게 숨을 내쉬며 웅성거렸다.
“명양왕 전하께서 자기 무기를 걸고 아가씨의 편을 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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