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화
그러나 지금 와서 물러설 순 없었다.
스스로의 패배를 인정한다는 것은 곧 심화영의 요구, 즉 전강훈 곁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전소현의 고운 얼굴이 붉게 상기되더니 이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꼭 강물 속 복어마냥 부풀어 오른 모습이었다.
이 어의는 그렇게 부추기던 말이 통하지 않자 못내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며 삼황자를 바라보았다.
삼황자의 미간은 깊이 찌푸려졌다. 이번 계책이 무너졌다는 걸 깨달은 그는 조용히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어떻게 이 판을 다시 엎을까 고민하고 있던 그때, 뜻밖에도 심화영이 먼저 칼을 뽑았다.
그녀는 정면으로 삼황자 곁에 선 이 어의를 향해 말을 던졌다.
“이 어의님께서 방금 그리도 자신 있게 말씀하셨으니... 이번에는 제가 한 수 양보하지요. 소군주님께서 해독을 못 하신다면 이 어의님께서 대신 그 독을 풀어주세요. 그리한다면 이 승부는 무승부로 마무리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순간, 구경하던 이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저건... 너무 거만한 것 아냐?”
“이 의원님까지 상대로 삼다니...!”
강구조차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전강훈을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전하, 아가씨께서 요즘 점점 달라지십니다. 언제부터 자신의 의술에 이토록 자신감을 갖게 된 것입니까? 이 어의라면 폐하 곁에서 약을 짓고 진맥하는, 당대 최고라 불리는 인물인데 말이지요...”
전강훈은 그 말에 곁눈질만 한번 주었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 심화영이 의술을 익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종종 연남산으로 들어가 약초를 캐왔고 유씨 부인과 송연정의 기력을 다스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의술이 이토록 뛰어난 줄은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었다.
조금 전 심화영이 보인 침술, 그건 단순히 의술을 익힌 차원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정밀하고 완벽했다.
전소현이나 이 어의 둘 다, 그녀가 쓴 침법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순간, 문득 전강훈의 머릿속을 스쳐간 말이 있었다.
‘제가 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