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8화
백세민은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보고는 속으로 킥킥 웃었다.
‘겉보기에는 순한 아가씨가 이리 맹렬하고 치밀한 분이었다니...’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며 목소리도 한결 가벼워졌다.
“제가 아가씨께 약속드렸거든요,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않겠노라고. 하나 제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희 아가씨는 삼황자 전하를 만나러 온 게 아니라고요. 오히려 삼황자 전하께서 스스로 들러붙으신 거죠. 거기다 약까지 먹었다며 저희 아가씨를 모함하시니... 마치 우리 아가씨가 전하 없이는 숨도 못 쉴 사람처럼 굴지 않았습니까? 거울이라도 좀 들여다보시지 그랬어요?”
그는 곁눈질로 원태영을 째려보며 혐오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모든 자들이 입꼬리를 실룩였다.
곰곰이 되돌아보니 백세민은 처음부터 줄곧 이 모든 일을 부정해 왔었다.
단지 그들 스스로 삼황자와 손 상서 등의 말만 믿고 그 말을 무시해버렸을 뿐이었다.
이처럼 후회막심한 일이 없었다.
“퍽!”
원태영은 수치와 분노가 뒤섞인 나머지 피를 한 번 더 토하며 쓰러졌다.
그러더니 핏발 선 두 눈으로 백세민을 노려보았다.
이제는 분명했다.
‘저 계집이 일부러 그런 것이야!’
처음에는 말을 아끼다가 사람들이 모두 모이고 자신과 손 상서, 제왕 등 죄다 빠져나갈 구멍 없이 입을 놀린 후에야 마지막 순간에야 진상을 드러내는 것, 그야말로 덫이었다!
이 수법은 낯설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번뜩 떠오른 건 얼마 전 명양왕부에서 벌어진 일, 바로 결혼 서약서 하나로 송연정, 유씨 부인, 송기철, 손 상서까지 전부 몰아세운 그 장면이었다.
그때도 심화영은 모든 걸 꽁꽁 숨기고 있다가 상대가 도저히 말을 주워 담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단 하나의 문서로 모조리 뒤집어버렸다.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원태영의 가슴을 덮친 건 함정에 빠져들었다는 수치심과 치밀어오르는 분노였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들었다.
맞은편 방을 다시 바라보며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때였다.
안에서 바퀴 달린 의자가 바닥을 밀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