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2화
“방 안에 있었다 하나 똑똑히 들었사옵니다. 제가 삼황자 전하와 부정한 관계가 있다 모함하시고 나아가 저희 언니를 첩으로 삼겠다 하셨지요. 온갖 더러운 물 다 끼얹어 놓고는 이제 와서 그저 조용히 물러나시겠다 하시옵니까?”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을 것이었다.
심화영은 연춘루의 계단 어귀에 우뚝 서서 눈빛에 싸늘한 빛을 띄운 채 한 치도 비켜설 기색이 없었다.
“다른 말은 제쳐두고 제왕 전하께서는 저희 아버지와 같은 항렬이지 않습니까. 제왕부에는 정실부인 한 분, 측실 두 분, 부인 수십에 첩도 수십이라 들었사온데... 저희 후작 댁이 아무리 지금은 몰락하였다 하나 할아버지께서는 선제께서 천하를 개창하실 적 함께 공을 세우신 분이시옵니다. 저희 언니는 경성의 귀한 규수로 이름 높으며 수화당에서는 반쯤 선생 대접을 받는 이이온데 그런 분을 첩으로 삼겠다는 망언을 입에 담으셨다니... 심씨 가문에 사람이 없다 생각하신 겁니까?”
그 말은 칼날처럼 날이 서 있었고 마침내 칼집에서 뽑혀 나왔다.
언제부터인가 연춘루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모두 직감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 모두가 이 어린 여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것이란 것을.
그녀는 제 몸 하나를 미끼 삼아 오늘 여기 모인 자들을 단 한 명도 빠뜨리지 않고 걸려들게 만든 것이다.
심지어 제왕의 앞길도 가로막은 채 따지고 있으니 말이다.
놀란 심철호는 어깨를 움찔하며 낮게 속삭였다.
“화영아, 저분은 제왕 전하이시다...”
그러자 심화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냉소를 내뱉었다.
“네, 제왕 전하이시지요. 폐하의 친동생이기도 하옵고요. 하나 예전 할아버지께서 선제를 따라 천하를 평정하실 적, 그 피와 땀은 대제국을 위함이었고 백성의 안녕을 위한 것이었사온데... 결코 원씨, 심씨, 전씨 세 가문이 세도를 부리고 백성을 능멸하며 권력을 장난삼아 휘두르고 여인과 아이들까지 유린하라 하신 것은 아니옵니다!”
“만일 오늘 이 자리에 폐하께서 친히 오셨다 해도 전 반드시 여쭸을 겁니다. 과연 원씨의 피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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