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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손 상서가 손씨 노부인을 향해 털썩 무릎을 꿇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심화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뜰 안의 상황을 살폈다. “오라버니가 보기에는 무릎 꿇고 있는 손 상서가 손 부인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까?” 그 말에 전강훈은 곁눈질로 심화영을 바라보았다. “화영의 생각은?” “유씨 부인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 같네요.” 심화영은 시선을 아래층에 있던 유씨 부인에게 향했다. “유씨 부인이 경성에 온 것 자체가 이상해 보입니다. 연정이 손 상서의 딸이라면 직접 손 상서를 찾아가면 되는데 왜 굳이 저를 사들여 아버지의 첩이 되려고 했을까요? 특히 최근 들어 유씨 부인의 표정을 보면 마치 운명에 백기를 든 것처럼 슬픔이 몸에 배어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유가촌의 기녀 주제에 후작 댁의 첩이 되어 소화원에서 오래 지냈으면 만족해야 하거늘 전혀 그리 보이지 않는단 말입니다. 소화원에서 지낸 몇 년 동안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점은 제 아버지와 어머니는 좋은 분들이어서 유씨 부인을 한 번도 구박하지 않으셨는데 무슨 고민이 저리도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심화영의 마음은 복잡했다. ‘한때 진심으로 친어머니처럼 여겼던 분이 갈팡질팡하는 걸 보니 마음이 편치 않네.’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전강훈이 입을 열었다. “그대의 말대로 유씨 부인이 심씨 가문에 들어간 건 손 상서의 소행이 분명해 보이는구려. 최근 몇 년 동안 그녀와 손 상서는 줄곧 비밀리에 연락을 취하고 있었을 것이오. 손 상서가 그녀를 심씨 가문을 모함하기 위한 도구로... 화영이 우려하는 대로 유씨 부인이 경성에 온 순간부터 삼황자와 손 상서는 이미 심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겠지.” ‘심씨 가문을 노린다는 것은 전씨 가문을 노린다는 뜻과 같아. 이제야 유씨 부인과 연정이 나와 삼황자 전하를 엮으려는 이유와 나를 꼬드겨서 전씨 가문과의 혼약서를 찢어버리게 한 이유를 알 것 같네. 이 모두가 손 상서와 삼황자 전하의 목적이었어.’ 심화영의 눈썹 아래로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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