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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이렇게 된 이상 손 상서는 타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체면이 구겨지더라도 일단 사태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어.’ 손 상서가 입술을 깨물고 있는 모습을 쳐다보던 심화영은 갑자기 송연정이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강훈 오라버니와 혼인하면 내가 과부가 된다고? 오라버니를 제거라도 하겠다는 건가?’ 심화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첫째, 손씨 노부인이 제 아버지께 사과하는 것.” “...” 손 상서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어이없어하는 손씨 노부인을 바라보며 답했다. “그리하겠습니다.” “둘째, 유씨 부인은 제가 데려가겠으나 그녀가 죽으면 그 책임은 손씨 가문이 지도록.” 심화영은 말하면서 유씨 부인에게 약 한 알을 먹였다. “그리고 유씨 부인이 죽으면 손씨 가문의 사람도 한 명 죽어야 합니다. 누구를 죽일지는 제 마음에 달렸고요.” “그건 아니 됩니다.” 손 상서가 즉시 고개를 저었다. “만에 하나 낭자가 유씨 부인을 죽인다면...” 심화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죽였다는 증거를 대시면 되지요. 타살이라면 손씨 가문이 책임을 져야 하고요.” 손 상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으나 심화영은 그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한발 물러섰다. “나리와 나리의 아들, 손자, 그리고 손씨 노부인은 건드리지 않겠으니 안심하십시오.” 계속 압박하던 심화영이 한발 물러서자, 손 상서는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서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이 또한 받아들이지요.” ‘부인만 죽지 않는다면 괜찮아.’ 목적을 달성한 심화영은 손씨 노부인을 흘끗 쳐다보며 웃었다. “요구사항을 다 말했으니 손씨 노부인께서는 이제 제 아비께 사과하십시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으나 조금 전 생사의 갈림길에서 느낀 공포가 컸던 손씨 노부인은 숨을 고르고 나서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조금 전에는 제가 내뱉은 망발에 대해서 심 대감님께서는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심화영은 차갑게 웃었다.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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