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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화... 화영이?” 이비의 눈빛이 묘하게 흔들렸다. 원래는 심화영을 나무라려던 말이 목구멍까지 올랐다가 이내 삼켜졌다. 오늘 정비를 무너뜨린 장본인이 바로 심화영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간 육궁을 나눠 다스리던 권한의 절반이 이비의 손에 떨어졌다. 그것은 이비가 평생을 궁중 암투 속에서 발버둥 치며 싸워도 이루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 사실이 떠오르자 그녀의 입가에 곧장 환한 미소가 번졌다. “어쩐 일로 이곳에 온 것이냐? 어서 이리 와 앉거라.” “마마께 작은 부탁 하나 드리러 왔습니다.” 심화영은 스스럼없이 앞으로 걸어가 자리에 앉더니 시선을 고스란히 여덟 살 된 사황자에게로 옮겼다. “마마께서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사황자 마마의 팔 마비 증세가 반달도 되기 전에 호전될 것입니다.” 사황자는 어려서부터 왼손에 마비가 있었고 수년간 태의원에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으나 차도가 없었다. 얼마 전에는 도 어의가 직접 살펴보고는 이대로라면 머잖아 왼쪽 몸이 온전히 마비될 것이라 단언했을 정도였다. 이비는 그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칠 만큼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사황자는 아직 여덟 살밖에 되지 않았으나 황실의 아이답게 일찍이 궁중의 음험한 사정을 익혀 두었다. 이비가 입을 열기 전에 그는 먼저 앞으로 나서더니 한쪽 무릎을 꿇으며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화영 누이, 부디 나를 구해주면 고맙겠소!” “사황자 전하, 고마워하실 것 없습니다.” 심화영은 직접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켜 세우며 부드럽게 말했다. “방금 밖에서 나는 싸움소리와 고함을 들으셨지요?” 사황자 원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 그것이 누이와 관련된 일이오?” 그는 어린 나이에도 몹시 영민했고 말하는 것도 아주 다정했다. 심화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오늘 오후, 제가 궁을 나가려 하던 참에 한 내관이 이비 마마께서 저를 찾으신다고 하면서 부르더니 엉뚱하게도 비밀 감옥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간신히 목숨을 건져 나온 것이지요.” 그녀는 여기까지 말하고 일부러 고개를 갸웃거리며 원민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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