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1화
’어찌하여... 도대체 어찌하여’
정비는 끝내 알지 못했다.
삼황자가 약을 써 기억이 흐려졌기 때문인가, 전강훈의 두 다리 때문인가.
그러나 그 모든 허물은 본디 정비에게 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정비의 눈은 죽음 앞에서도 심화영만을 붙들었다.
심화영은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전생의 화려한 위세와 궁지에 몰려 발악하던 모습, 오늘의 몰락까지 차례로 떠올렸다.
그리고 차갑게 웃었다.
“까닭은 분명합니다. 남이 저를 범하지 않으면 저 또한 손대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를 해하려 든다면 뿌리째 베어냅니다.”
목소리는 한층 서늘해졌다.
“정비마마께서 굳이 제 앞길을 가로막고 머리를 밟으려 들지 않으셨다면 제가 어찌 나서서 정비마마의 밑바닥을 드러낼 까닭이 있었겠습니까.”
정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믿기지 않는 듯 황제를 흘끗 보았다가 다시 심화영을 노려보았다.
어찌 감히, 어린 계집이 황제 앞에서 이런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단 말인가.
그 순간 이미 패색은 짙었다.
황제의 미간에도 깊은 주름이 그어졌다.
심화영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제가 궁에 든 까닭은 다만 황후마마의 병을 돌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정비마마께서 제 의술이 서툴다 하시며 황후마마를 해칠까 두렵다 하여 모함하셨지요. 그 책임을 제가 어찌 지겠습니까.”
입술에 서늘한 웃음이 번졌다.
“허나 높은 자리에 앉으려면 그 자리에 맞는 짐을 져야 합니다. 오늘의 정비마마를 보니, 결국 비에 젖은 병아리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죽음 앞에 홀로 서서 의연히 날아오를 기개도 칼날 사이를 웃으며 걸어갈 담력도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흘린 짧은 웃음은 차갑고 섬뜩했다.
마치 오늘의 소란이 그저 장난삼아 꾸민 한 판놀이인 듯했다.
방 안의 사람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말투도, 눈빛도, 웃음의 모양도 전강훈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정비는 끝내 질질 끌려나갔다.
그러나 끝까지 심화영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시선에는 분노와 공포가 뒤엉켜 있었다.
심화영은 미동 없이 배웅했다. 꼿꼿한 등줄기는 오히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