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2화
“명 받들겠사옵니다.”
전강훈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황제는 더 묻지 않고 눈길만 거두었다.
그때 전강훈이 심화영을 향해 낮게 일렀다.
“수레 의자를 미시오.”
심화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수레 의자를 밀었다. 뒤이어 대신들과 내관들이 줄을 지어 따랐다. 황제가 문을 나서며 곁에 엎드린 이비를 발로 걷어찼다.
“잠시 후 다시 불러 꾸짖겠다. 그때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다.”
이비는 정비의 처참한 꼴을 본 뒤라, 겁에 질려 오줌과 똥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발길질을 맞고도 고통조차 느끼지 못한 채, 공포에 짓눌려 입술만 파르르 떨고 있었다.
궁벽 위에는 쇠사슬에 꿰인 정비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피투성이에 머리칼이 풀어진 몰골은 방준서가 매달려 있던 때를 떠올리게 했으나, 방준서는 삼 년을 매달려도 기세를 잃지 않았던 반면 정비는 이미 패잔병처럼 초라했다.
심화영은 그 광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가 곧 고개를 떨구며 낮게 물었다.
“우리가 전에도 방준서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낯설지 않은데, 아무리 떠올려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전강훈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럴 리 없소. 방준서는 삼 년 전 별궁에서 붙잡혀 밀옥에 가두었소. 그때 화영이는 고작 열두 살, 삼황자를 따라 궁중을 쫓아다니던 시절이었소. 서로 만날 수 없었을 것이오.”
그러나 입술 끝에 걸린 말은 삼켰다.
그녀가 아무리 가혹하게 마음을 짓밟았어도 다시 상처 주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심화영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단호히 말했다.
“그래서 더욱 이상합니다.”
전강훈의 눈매에 묘한 빛이 스쳤다.
“설마 그 때문에 방준서를 풀어준 것이오?”
질투가 배어 나온 어조였다.
심화영은 그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오해를 풀고자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다만 다시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왠지 이번에 마주하면 제 의문을 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말을 잇던 그녀의 시선이 전강훈의 다리로 스쳤다.
방준서가 남초 선왕부 세자의 무예와 신분이라면 구연국까지 가는 길이 열릴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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