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7화
심화영은 한참을 곱씹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시지요. 지금 영주에서 역병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조정에 올라갔으니 며칠 안에 경성은 틀림없이 금족령과 단속이 시작될 겁니다. 오늘 밤 틈을 타 떠나십시오. 제가 얼굴을 바꿔 줄 테니 등불놀이에 같이 나가서 물길로 빠지면 될 겁니다.”
“정말 무정하오. 며칠만 더 머물고 싶었건만.”
방준서는 한숨을 쉬었지만 일단 심화영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일단 단속이 시작되면 빠져나가기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심화영은 방준서에게 분장을 시키며 말했다.
“옷부터 갈아입으십시오. 지금부터 세자 저하의 이름은 서아입니다.”
거울 속 모습을 본 방준서는 미칠 지경이었다.
“지금 여장을 한 게냐?”
방준서의 얼굴이 일그러지자 심화영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여장이 뭐 어때서요? 우리 집 세민이도 얼마나 고운데요. 게다가 여인인 제가 시녀 둘을 데리고 다니는 건 자연스럽지만 사내인 하인을 대동하면 괜히 의심을 사지 않겠습니까? 어서 들어가십시오.”
심화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방준서를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빨리 갈아입고 오십시오. 저는 어머니한테 잠시 들렀다가 오겠습니다.”
심화영은 말을 남기고는 강석을 찾아 나섰다.
“아가씨, 큰 도련님을 찾으시는 겁니까? 아직 안 돌아오셨습니다.”
강석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심화영은 고개를 저었다.
“너를 찾으러 온 것이다. 무울각으로 가서 주인장에게 이 시를 전하거라. ‘일찍이 창해를 보았기에 무산의 구름은 구름일 뿐. 은하가 동해로 흘러드는 틈에 옥로정 앞에서 보배 종을 울리리라.’”
“아가씨, 이게 무슨 뜻입니까? 무울각 주인장한테 사랑 시라도 읊어 주라는 겁니까?”
강석이 눈이 휘둥그레지자 심화영은 강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당부했다.
“고생 좀 하거라. 이 시 속에 암호가 있으니 얼른 떠나거라.”
“알겠습니다.”
강석은 반신반의하면서 떠났고 심화영은 다시 안화원으로 향했다.
“어머니, 언니는요? 오늘 밤 함께 등불을 보러 가고 싶습니다.”
회임 중인 고윤희는 웃으며 심화영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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