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4화
‘설마 심화영은 내가 적국의 볼모로 겉보기처럼 연약하고 만만해서 남자 밑에서 순순히 몸을 맡길 거라 착각한 건 아니겠지?!’
강치현은 속으로 차갑게 코웃음을 쳤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심화영에게 다가가 그녀를 훑어보며 말했다.
“화영 낭자께서 저를 불러내어 꽃등을 구경하자고 한 것을 명양왕이 알게 된다면 저는 뼈조차 온전히 남아나지 못할 텐데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분께 이미 허락을 받았는걸요.”
심화영은 웃으며 소매 너머로 그의 손목을 잡고 단숨에 그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여기는 사람들이 많으니 강으로 내려가시죠.”
강치현은 그녀의 손을 잠시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재빨리 손을 놓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심화영이 소개하는 말이 들려왔다.
“이분은 정수 도령이고 이들은 서아와 세민, 모두 저의 하녀들입니다. 여기에는 외부인이 없으니 도령께서는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화영 낭자는 시를 너무 잘 쓰시니 제가 어찌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남자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짐짓 나약한 척 기침을 몇 번 하더니 가냘픈 목소리로 덧붙였다.
“강바람이 꽤 매섭습니다. 저의 몸이 허약한 탓이니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주십시오.”
“어서, 도련님께 도포를 가져다드리세요.”
심화영은 능글맞게 호응하며 심여진에게 재빨리 눈짓을 보냈다.
‘흥, 저 뻔뻔한 연기, 내가 속을 줄 알고!’
심여진은 남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도포를 들고 강치현에게 다가가 쭈뼛거리며 말했다.
“소인이... 도와드리겠습니다.”
강치현은 그녀를 훑어보았다.
꽃등이 비추는 물빛 아래, 화려한 불빛 사이로 단정하고 우아한 자태에, 고요함 속에서도 흔들리듯 가벼운 기품이 어린 ‘소년’이 그의 눈앞에 서 있었다. 단아하고 곱상한 눈매엔, 차분하고 온화하면서도 어딘가 수줍은 기운이 은근히 번져있었다.
영주 땅에서 이토록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이는 심씨 가문의 맏딸인 심여진 말고는 그 누구도 떠오르지 않았다.
단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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